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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Sep 19. 2022

회사와 대학원의 공통점과 차이점

회사 vs 대학원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닌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적응하고 일상을 지내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이제는 회사가 대략 이런 곳이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제 6개월을 뒤돌아 볼 겸 대학원 생활과 회사생활을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원 생활이 많이 힘들었고 회사 생활은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 입장인데, 개인적인 이야기는 뒤에 짤막하게 다루어볼게요.


  사람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학문적인 실력을 쌓거나 학위를 받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연구적 성과가 가장 중요하죠. 연구적 성과는 학계의 논리를 기준으로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좋은 아이디어와 이에 대한 검증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개인이 탐구하고 학습하는 것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것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를 지도해주는 지도 교수입니다. 국내와 해외 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대학원이라는 틀 안에서 어쨌든 지도교수는 꽤나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나의 학문적 발전은 물론이고 학위를 받는 졸업의 권한까지 쥐고 있으니까요. 학계가 좁고 학위를 받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지도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변경하기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대학원에서의 연구 지도가 도제식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지도교수와의 합이 대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회사를 선택한 셈이죠.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항상 시간과 경제적인 비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더불어 결과물을 판매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결과물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그렇기에 연구처럼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다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대학원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며 여러 단계의 일을 수행하죠. 지도 교수처럼 위에서 매니징을 하거나 지시사항을 전달해 주는 상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도교수만큼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지는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내 위의 상사도 누군가의 부하 직원이고, 설령 회사의 오너라고 해도 근로자 관련법이 보장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특히 월급의 형태로 매달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정 마음에 안 들면 회사를 나와 다른 회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얻은 게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요.


  역시 대학원과 회사에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만, 결국 두 곳 모두 사람 사는 곳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원이나 회사 모두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이들과의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많은 부분이 수렁에 빠지는 것은 같았습니다. 또한 업무의 측면에서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양의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체계가 있고 업무가 나뉘어 있다 한들, 누군가는 조금 더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조금 덜 일할 수 밖에는 없더라고요. 대학원에서의 업무는 학위과정의 연구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회사에서의 업무는 많이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대부분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하더라고요. 물론 모두가 서로를 돕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지만 사람인지라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장을 대학원이나 회사라는 조직이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학원과 회사 사이에 구성원이 성장할 큰 방향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느꼈습니다.


  어쨌든 저는 대학원보다 회사에서 보다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실제 제품을 위해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것이, 남들과 다르거나 논리적으로 완성도 높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지금 내가 해내고 있는 일이 당장 눈앞에 보이고 주변 팀원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대학원에서의 경험이 비교군이 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만난 팀원분들이 참 좋고 배울 점이 많다는 게 큰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입이지만 이러한 팀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 것이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크게 배우고 성장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곳에서 저의 방식대로 회사원의 생활을 잘 이어가 보고자 합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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