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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Oct 03. 2022

도전하지 않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휴가

  15년 지기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휴가를 위해 연차를 냈는데 하필 태풍이 몰려와서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았어요. 날이 우중충해서 이곳저곳 활기차게 돌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잠시 일상을 떠나 분위기를 환기하며 푹 쉴 수 있어 여러 고민들이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자취를 하며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했던 일들이나 회사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은 잠시 뒤로 미뤄둘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늘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것 같아요. 대학원에 있을 때는 회사에 가야 할 것 같았고 회사에 오니 언젠가는 다시 대학원에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엔지니어로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디자인을 하는 것에 대한 갈망, 나의 사업체를 꾸리고 리딩해 나가는 것에 대한 갈망 등등 지금 일상과 다른 모습들이 상념으로 밀려들어오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갈망한다면 도전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돼요.


  하지만 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고민과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여러 환경에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모습일 때 가장 편하고 즐거운지를 잘 알고 있어요. 제 성격상 밀려오는 갈망들을 정말로 원했다면 분명 그 길을 선택했을 겁니다. 왜인지 모를 망설임이 있다면 지금의 저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 길이에요. 언젠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의 제 일상이 좋거든요.


  새롭게 도전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애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꽤나 큰 힘을 주며 살아가고 있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조금은 긴장을 풀고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서 색다른 재미와 성장을 느끼고 있어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과 나누는 시답잖은 대화들이, 낯선 곳에서 돌아보는 단조로운 일상이 이 즐거움에 확신을 실어줍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려고 해요. 진로에 대한 방향성이나 색다른 도전에 대한 압박감은 잠시 내려두고 말이죠.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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