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 Sep 05. 2022

엔지니어는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끝이다

엔지니어

  저는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일과 도전적으로 새로운 게 주어진 일 중에 굳이 꼽자면 도전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엔지니어가 된 것은 저에게 정말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늘 배워야 할 게 넘쳐나니까요. 기술은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해서 자고 일어나면 내일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수많은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연구를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다방면의 노력들도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새로움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고 피곤하거나 괴로울 때도 분명 있습니다. 한 기술에 조금 익숙해질 만해서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를 수 있겠다 싶으면 다시금 새롭게 배워야 할 내용들이 몰려오니까요. 당장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왔을 때만 보더라도 연구를 경험하며 배웠던 것들은 배경지식의 느낌으로만 적용할 수 있었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또다시 새로 몸소 부딪히며 배워야 했습니다. 언젠가 이런 배움의 시기가 끝나고 소위 꿀 빨며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다가도,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 배움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리라는 걸 느끼며 체념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오늘 개인 면담 때 엔지니어는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는 잠언이자 경고를 들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배움의 연속인 상황에서 그걸 멈추어도 괜찮을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이 직업은 특히나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게 직업의 수명과 직결되는 듯합니다. 그나마 괜찮은 것은 결국 모든 배움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것을 위해 가설을 세워 검증하고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나름의 위안이 됩니다. 그러니 배움의 고통이 엔지니어로서 보다 어렵거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임을 받아들이는 게 심신에 이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이 배움의 과정도 익숙해지겠죠.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통기한이 지난 인간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