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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ug 29. 2022

유통기한이 지난 인간관계

인간관계의 끝

  사람을 만나다 보면 더 이상의 만남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하기보다 불편하고, 관계에 저의 의사가 반영되기보다 끌려 다니기만 하거나 핀잔을 듣는 일이 많아질 때가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그 이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사람을 참 좋아해서 그런 상황을 마주하지 않고자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편이지만, 사회인으로서 자리를 잡고 각자의 일상이 바빠지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점차 굳어지는 일상 속에서 각자가 허용할 수 있는 생각과 여유의 범위도 같이 좁아지니까요. 한편으로는 안 그래도 먹고살기 위한 사회생활 때문에 인간관계가 피곤한데, 그 외의 시간까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굳이 애써서 만날 이유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런 관계가 참 마음 아픈 이유는 한때 정말 많은 시간을 밀도 높게 보낸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가깝지 않았다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각자의 사소하고도 중요한 이유로, 혹은 몇 개의 사건으로 멀어진 인연이 아쉽고 쓸쓸합니다. 애초에 마음과 시간을 크게 쏟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과거에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무의미한 후회도 해봅니다. 가끔 꺼내는 추억으로만 남겨두기에는 그때의 순간들이 너무나도 즐거웠으니까요. 다시 그렇게 즐거워질 수는 없을까 고민해보지만 이미 서로가 너무 먼 길을 지나쳐왔습니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인간관계를 되돌릴 수는 없어요.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결국엔 흘려보내야 할 겁니다. 추억으로만 남기는 게 아쉽지만 동시에 남길 수 있는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흘러들어왔다가 흘러가는 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인연이 닿아 지금 흘러 들어오고 머물러 있는 분들께 더더욱 집중하고 감사해야겠습니다. 아쉽게도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은 다가오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으니 그분들도 언제 흘러나갈지 모를 일이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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