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 Aug 22. 2022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생일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생일이라서 가장 좋은 건 오랜만에 주변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단순한 축하도 정말 고마운데 간혹 간단한 선물까지 전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서 과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부터 몇 년 만에 안부를 묻는 지인들까지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새삼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이 아닌지라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아참, 회사에서는 팀원분들이 케이크도 챙겨주셨어요. 저는 생일을 기념해서 파티를 하거나 했던 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항상 이런 날만 반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삶은 참 얄궂은 것이라 괴롭고 슬픈 날들이 훨씬 더 많게 느껴집니다. 저는 생각이 많아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고, 감정이 섬세해서 하루를 지내고 나면 에너지가 바닥나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사람을 좋아해도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날들도,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들도 수두룩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과 번뇌가 반복되는 것에 짓눌릴 때면 이렇게 살아 무엇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합니다.


  그럴 때마다 삶은 언제든지 끝날 수 있는 것임을 떠올립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이토록 소중한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으니 말도 안 되는 행운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감사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통과 감사함을 왕복하며 꽤나 많은 생각과 경험들을 지나쳐 오니 어느 정도는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투쟁의 고통과 인간의 하찮음에 집중하기보다는 작은 성취와 그토록 괴로운 삶을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서 죽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는 것, 삶의 다양한 여정들을 때로는 이겨내고 때로는 지면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는 사실에 집중하려 노력해요.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거나, 세상을 바꿀 만한 능력이 탐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 뜻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온전히 집중하여 해낼 수 있는 것에 몰두할 수 있음에, 살아 숨 쉬며 그것들을 누릴 수 있음에만 온 힘을 다 하려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다양한 사람들과 별거 아니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삶의 역경들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저만의 방식으로 즐기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중한 삶이 저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