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 Feb 27. 2023

회사에 와도 끝나지 않는 대학원 생활

논문 리뷰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며 경황이 없어 공유드리지 못한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졸업주제로 연구한 내용을 한 국제 저널에 제출했었어요. 첫 사회생활로써 회사에 적응하며 논문을 수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잘 마무리하여 작년 4월에 제출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3개월 뒤인 작년 7월에 리뷰가 왔습니다. 제가 받은 생애 첫 리뷰는 60개가 넘는 어마무시한 코멘트와 함께 Revise and Resubmit, 수정하여 재제출을 통보받았습니다. 거절인 Reject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압도적인 분량의 리뷰에 좌절과 부담이 몰려왔습니다. 그래도 주말을 비롯해 틈나는 시간마다 조금씩 답변을 했고 끝내 작년 10월 50장이 넘는 답변문과 함께 수정된 논문을 다시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최근 논문의 리뷰가 다시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한 단계 나아진 Major Reivision을 통보받았고 리뷰어들의 코멘트 또한 절반 정도로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여전히 30개가 넘는 어마무시한 분량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어조를 볼 때 제 논문이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이번에도 리뷰어들의 코멘트에 잘 답변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끝없이 반복되는 기분이거든요. 논문 게재의 희망이 생겼다고 해도 끝내 결과가 안 좋다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렇듯 논문 자체의 불확실함과 더불어 계속 연장되는 듯한 대학원 생활도 피로감을 더합니다. 분명 대학원을 졸업했고 지금은 크게 관련도 없는 과거의 연구 주제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하고, 꽤나 빡빡한 회사스케줄과 함께 병행하려니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나중에 박사를 진학하겠다는 마음이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고작 논문 한 편 낸다고 제 인생이 극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이러한 회의감을 모두 이겨내고 기나긴 논문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끝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시작한 연구를 제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거든요.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써 세상에 내놓지 않으면 결국 개인의 작은 유희에 불과하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소하고 부족해 보이더라도 그러한 마무리를 반드시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꽤나 간절합니다. 그리고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연구가 어떤 것인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서 보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참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게 사람 일이라지만 특히나 논문 게재는 리뷰어의 영향이 매우 큰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깐깐하지만 좋은 리뷰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 논문의 완성도와 논리를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중간 과정 중임에도 이렇게 영상으로 남기는 이유는 이 다짐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왕에 시작한 것 끝까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과가 직접적으로 저의 삶에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지금의 애씀은 나중에 언젠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의 자산이 될 테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통 없이는 제대로 일할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