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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03. 2023

직장생활 멘토가 되었다

나도 잘 모르는데

  어쩌다 보니 저희 팀에도 신입사원이 한 분 들어오셨습니다. 팀 상황상 새로운 사람이 신입으로 입사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조금 특별한 경로로 합류하신 분이셨어요. 실장님은 저에게 그분의 생활멘토 역할을 부탁하셨고, 저의 막내 포지션을 압도적인 여덟 살의 나이 차이로 가져가신 사원님과 다소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원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마주하는 사회생활이고, 심지어 동기도 없이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는 않으실 것 같아요. 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나름의 산전수전을 겪고 왔던 저도 꽤나 긴장하고 몇 달을 생활했는데, 이제 겨우 며칠 지나지 않은 그분은 얼마나 고되실까요?


  그런 상황에서 사원님과 매니저분의 미팅이 진행됐습니다. 저야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매니저님의 스타일이었지만 이제 막 시작하신 사원님께는 너무 버겁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매니저님께서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말씀을 하셨던 차라 사원님과 회의실로 이동했어요. 어색함을 풀고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에 매니저 님의 피드백이 어땠는지 여쭤봤습니다. 저야 충분한 시간이 지났으니 매니저님과의 소통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처음 겪은 사람이라면 그 직설적인 화법에 꽤나 당황할 법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사원님께서 상황을 설명해 주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악의는 없지만 직설적인 피드백을 마주 하셨을 거고, 날 것의 피드백과 스스로가 방향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동시에 받은 사원님은 꽤나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열심히 했지만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속상했던 과거의 제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에게 지금의 저는 어떤 말을 건네줄 수 있을까요?


  아직 사원님에 대해 모르는 게 많고, 제가 하는 말들이 또 다른 부담이나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의 방향성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소개하거나 매니저님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힘을 싣고자 했던 말은 많이 어린 나이에 사회에 첫발을 디딘 사원님께서 겪으실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최대한 즐거웠으면 좋겠고, 그렇게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피드백들이 분명 성장하기 위함임을 안다 한들, 그 맥락을 제대로 해석하면서도 스스로의 부족함에 무너지지 않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니까요. 그걸 버티게 하는 힘이 회사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기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좌절을 겪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에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아주 작은 격려가 원동력이 되었고, 힘들게 이겨내고 난 끝에는 너를 믿었다는 진심 어린 축하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으니까요. 사원님께서 성장해 나가시는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으실 수는 없겠지만, 당신의 존재가 무너져 내릴 정도의 시련은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그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아요. 저와의 이야기 끝에 다행히도 사원님께서는 무엇인가 해소된 듯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누군가의 첫 시작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영광이에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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