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0
가끔 할 일이 미친 듯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가 있습니다. 저한테는 오늘이 그랬는데, 개인 연구도 있고 국가 과제도 진행하게 돼서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게 됐어요. 이런 순간들이 오면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커져서 힘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많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괜히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온갖 안 좋은 시나리오들을 머릿속으로 마구 그려보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이 스트레스를 제가 만들었다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해 보고 싶어서 개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다른 연구실과 함께하는 과제를 해보겠다고 먼저 나섰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들로 인해 손 쓸 수 없이 생겨난 스트레스랑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크기는 비슷할지언정 이 상황은 제가 선택했고, 제가 만들어 낸 스트레스입니다.
그럴 때 해결책은 그냥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해서 잘 해내는 것 밖에는 방도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욕심을 버리고 평온한 마음을 갖는 게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 앞에 못 해도 된다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많이 이상하잖아요? 필연적으로 욕심을 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최대한 욕심을 내서 하나씩, 차근차근, 그리고 잘 해내야만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마지노선은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자기 파괴적이면 안 되겠죠. 내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잠도 잘 자고, 고민도 잘해서, 방향도 잘 잡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의 휴식은 재충전 자체보다는 재충전을 통한 문제 해결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다소 힘들 수는 있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러지 않으면 본질적인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스트레스가 내 삶의 기회인지 걸림돌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스트레스와 많은 할 일들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라면 답은 명확합니다. 해내야 합니다. 그것도 잘 해내야만 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에게 오랜만에 정말 멋진 꽤나 큰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멋있게 해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