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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un 05. 2023

3년째 브런치를 하는 이유

돈도 안 되는 거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 달 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회사일, 집안일, 논문, 이사 준비 등 여러 일이 많이 겹쳐서 버거운 한 달을 보냈거든요. 물론 이게 글을 올리지 못한 직접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일들은 특별한 기록으로 남길 좋은 소재거리가 되고는 하니까요.


  사실 매너리즘이 몰려왔어요. 3년 동안 지속해 온 일이기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제 일상에 큰 변화가 없어 별다른 감흥이 없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일과 삶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이전보다 크게 올라가기도 했고, 이 공간에 제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느껴지는 해방감이 줄어들어서이기도 합니다.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어요. 아마 그랬다면 쉼 없이 꾸역꾸역 이어나갔을 것 같습니다. '그냥 꾸준히 하다 보면 경제적인 보상이 오겠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쯤 와보니 꼭 그런 건 아니네요. 제 콘텐츠가 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제 정말 완전히 보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왜 이렇게 됐는지 되돌아봤습니다. 무엇을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지 흐릿해져서 일까요? 대학원 때는 학위과정을 남기는 거 자체가 의미였지만 회사에 온 이후로는 뚜렷한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회사 생활 자체를 기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날들이 많아 남길만한 생각이 많지 않았습니다.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꽤나 큰 걸림돌이었어요. 그러한 일상에서 소재를 끌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감정의 날을 세워 조금이라도 작은 차이를 찾아내야 하는 피곤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왕 하는 거, 보다 유의미한 내용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그 부담을 더 키웠을지도요.


  정리가 된 듯합니다. 돈도 안 되고 이전처럼 해방감과 즐거움이 크지 않은 작업이지만, 그래도 다시 꾸준히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이 행위를 시작한 본질은 기록이니까요. 채널이 조금씩이라도 커져야, 색다른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등의 본질로부터 벗어난 부산물들은 씻어내야겠습니다. 아무리 짧고 단순하게 반복된 생각들이라도 그 순간에 제가 하는 생각이니 최대한 날것을 남기도록 해야겠어요. 콘텐츠에 있어서까지 성과를 내는 프로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취미가 아니라 또 다른 일로써 저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될 테니까요. 그건 제가 바라는 모습이 아닙니다. 평생 아마추어로 남더라도 제가 가진 날 것의 모습을 지키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다시금 집중해야겠어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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