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
이런 깨달음은 욕심이 많은 천성과 잘 들어맞았습니다. 지는 걸 싫어해서 뭐든지 잘 해내고 싶거든요. 매사에 맡은 일은 반드시 끝장을 내야 하고 끝내지 못할 거면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의 취미로 시작한 크로스핏을 할 때도 모든 동작을 제대로 된 자세로 수행해야 하고, 그림을 그릴 때도 선생님의 개입 없이 직접 오롯이 그려내고 표현할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진중하게 집중해요. 누군가는 재미없고 가혹하다 말할지언정 그 덕분에 힘든 대학원 생활도 이겨내고 지금의 감사하고도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과 생활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사랑해서 인간관계에서도 지는 걸 싫어해요. 인간관계에서의 패배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상대방의 신의를 얻지 못하는 것, 그리고 얻은 신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명확하게 느낄 때가 가장 자극적인 성취의 순간이거든요. 생존에 대한 투쟁과 순수한 승부욕에서 시작한 개인적 일상이 인간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신기하고도 즐거운 일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될수록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강한 게 그다지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느낌이 들어 숨기거나 부드럽게 표현하려 애써왔고요.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지는 게 싫고 앞으로도 욕심부리면서 살아갈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기는커녕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요. 매번 이길 수는 없겠지만 패배한다면 그 쓰라림에서 배우고 나아가 언젠가는 끝내 이겨낼 겁니다. 삶에서 끝까지 생존해 승리들을 손에 넣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