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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ul 10. 2023

어른들도 칭찬받고 싶을 텐데

칭찬해 주세요

  관심과 사랑을 좋아하는 아이로서 칭찬받기를 너무나도 좋아했습니다. 유년시절 제가 했던 모범생과 같은 대부분의 행동들은  칭찬받기 위함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습니다. 칭찬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어린 시절 존재 의미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어요.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보다는 스스로의 가치관이나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하지만 그래도 칭찬받는 일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과거처럼 존재의 의미를 결정할 만큼 큰 요소는 아니더라도 온 하루를 기쁘게 바꿀 정도로는 충분하죠. 문제는 사회구성원이 되면 칭찬받는 일이 크게 줄어든다는 겁니다. 더 이상 누군가 보듬어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들이니까요.


  가끔 그날 해야 하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수행할 때가 있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끝내 해결하기도 하고요. 팀에서 매일 아침마다 전날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공유하는 미팅을 하는데, 그런 결과들을 공유할 때면 칭찬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설레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작은 서운함을 느낍니다. 물론 프로로서 일 하는 것이기에 칭찬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건 그토록 잘 해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길 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남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스스로가 잘 해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기도 하고요. 다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간질거리는 서운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작은 것들에 크게 개의치 않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으면서도, 유치해도 좋으니 칭찬을 받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어렸을 때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칭찬을 받지 않아도 지금처럼 신경 쓰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스며들겠죠. 칭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기도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망이 하나 있다면, 칭찬받는 것에는 무뎌져도 칭찬하는 것에는 더 능숙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럴 일이 적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을 뿐 어른들도 분명 칭찬받고 싶을 테니까요. 모든 어른들은 한때 아이들이었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아이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작은 것이라도 도움을 받거나 누군가 유의미한 일을 해냈다면 먼저 칭찬을 건네려고 합니다. 단순히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당신 덕분에 하루가 더 나아졌다는 진심을 담아서요. 마음속 작은 아이가 기뻐할 수 있다면 꽤나 맑은 즐거움으로 하루가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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