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유학
정신을 차리고자 지난 글들을 돌아봅니다. 대학원 생활이 지독하게 힘들었음을 날것의 기록들이 생생하게 상기해 줍니다. 그럼에도 왜 갑자기 유학에 욕심이 나는 걸까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갈망했었습니다. 영어를 그 자체로 좋아했고, 새롭고 도전적인 환경에서 넓은 시야를 갖추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마음입니다. 연구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는 않아요. 단지 최고 수준의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학교와 대학원은 어떤 곳일지,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가 궁금합니다. 결이 맞지 않는 연구를 좀 더 배워야 한다고 해도, 평생을 연구자로 살지 않아 시간 낭비일 수 있더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도전적인 환경에서 몇 년간의 시간은 분명히 큰 자산이 될 테니까요.
결국 성장에 대한 욕심입니다. 넓은 곳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기도 하고요. 물론 지금과 다른 도전적인 선택이 항상 성장과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을 겁니다. 껍데기만을 추구하는 또 다른 비효율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가능성이 높은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감사한 일상이지만 동시에 이 평온함을 원동력 삼아 보다 많은 것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딱히 잃을 게 없거든요. 지금의 일상을 언제 어떻게든 다시 일궈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아직 배워야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유학에 대한 욕심도 결국 그 생각의 표상이고요.
지금 당장 무언가를 결심해야 할 시기는 아닙니다.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기도 하고 지금 할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선택지들을 마주하던 기준은 하나입니다. 보다 날카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갈 거예요. 유학도 그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나의 큰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벌써부터 매몰되어 조급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이 생각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