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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Oct 23. 2023

써먹는 지식이 진짜다

가장 좋은 공부법

  학창 시절과 대학생 때 공부하며 가장 갑갑했던 건 도저히 이 지식들을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었습니다. 시험지 속 문제들의 정답을 찾는 것이 그나마의 쓸모였지만, 정답을 맞힌다 해도 현실 속 문제를 풀어낸 게 아니니 큰 성취감이 없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는 조금 괜찮았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연구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지식들을 배우고 사용했으니까요. 물론 연구도 제가 풀고 싶었던 문제와는 꽤나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글자들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현상들에 지식을 사용하는 건 즐거웠어요.


  회사로 온 지금은 매 순간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합니다. 지식을 써먹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요. 제품을 만들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문제들을 맞닥뜨리고 있어요. 학교에서 마주한 문제들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은 냉철한 전쟁터니까요.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훈련한 생각이 제대로 빛을 보았습니다. 전쟁터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일 겁니다. 회사의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익혀온 지식과 문제 접근법을 근육처럼 사용합니다. 이제야 당장 큰 의미가 없어 보였던 시간들이 지식을 갖추기 위한 사고 훈련이었다는 사실을 압니다. 더불어 공학자로서는 이론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실제 문제들을 잘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요.


  지금은 반대로 지식을 배우고자 전공책을 봅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보기 싫었는데 말이죠. 현실에서 파편화되어 각각의 상황으로 마주했던 현상들을 책의 추상적인 이론들이 묶어줍니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지식을 실제 현실에 사용해 보는 것이었어요. 이제야 왜 그런 개념들이 필요한지를 보다 빠르고 명료하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더 열심히 공부해 두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때는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기 전이었으니 필요성을 절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부딪힐 현실의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빠르게 배운다는 저의 학습 방식에 대한 확신도 없었을 거고요. 특출 난 사람들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평범했던 저로서는 지식을 이해하고 아는 것을 넘어 체득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 다행입니다. 그토록 궁금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 수 있어 즐겁고요.


  가끔 어떻게 하면 지식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어떻게 해야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 써먹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을지 말이죠. 물론 하나의 이론을 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이 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사용하지 못하는 지식을 쓸모없다 느끼는 사람에게는 지식을 사용하는 작은 경험이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단순히 배움 자체의 유희가 목적이 아니라면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진짜일 겁니다. 어쩌면 지식을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진짜 교육이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현실을 맞닥뜨리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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