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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Oct 16. 2023

압도적인 재능을 마주했을 때

천상계

  친구가 글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정말 이른 나이에 교수로 임용되신 박사님의 이야기였어요. 99년생, 2년 만에 해외 유명 학부를 삼중전공으로 졸업, 6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조교수로 임용. 천재라고 느껴질 정도의 스펙을 마주하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분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신 분 같았어요. 한때 대학원에서 연구를 했던 사람으로서 얼마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그리 대단한 경력이 나올 수 있는지 어림짐작은 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것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순간은 대학에 입학한 후였어요. 공부나 연구를 잘하는 사람들, 체력이 좋은 사람들, 외적인 매력이 뛰어난 사람들 등 제가 어려워하는 영역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죠. 그리고 때로는 정말  압도적인 능력치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 평생을 바쳐 죽어라 노력해도 저 사람처럼 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사람들 말이죠. 그 정도가 되면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소위 천상계라고 하는 압도적인 재능이 없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들이 부럽습니다. 그런데 질투 나지는 않아요. 그들이 각자의 재능을 펼치며 정말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부럽지만, 그들만큼의 결과를 내야 하거나 낼 수 있다는 강박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한때 어떻게든 따라가려 애썼던 시기와 그때 마주했던 수많은 좌절들이 쌓여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합리화를 합니다. 결코 그들이 될 수 없으니 경쟁하거나 질투하지 않겠다. 분명 참고하여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결국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압도적인 재능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요.


  어찌 됐던 때때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기회가 닿아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본능적인 동경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순수한 동경이 그들과 같이 뛰어난 결과를 만들게끔 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더 성장하고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압도적인 재능을 마주했을 때는 그렇게 바라보면 될 것 같아요. 내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해 줄 즐거운 자극을 마주했다고 말이죠.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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