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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Dec 18. 2023

너 많이 지친 거 같은데?

번아웃 신호

  회사에서 툴툴대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한 해를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보니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들을 재정비하고자 여러 제안을 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제안의 설득에는 당연히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마련인데 그게 견디기 힘들었나 봅니다. 프로답게 의사소통하겠다는 결심은 온대 간대 없고 웬 유치한 어린아이가 되어 표정과 말투에 짜증 나는 티를 팍팍 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의아하긴 했나 봐요. 부끄러운 제 모습을 달래주시러 실장님께서 커피 한잔 하자며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뚜렷한 이유를 몰랐기에 횡설수설 생각을 쏟아내는 저를 늘 그래오셨듯 차분히 바라봐 주셨습니다.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신 후에 제가 좀 지친 것 같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아차 싶었습니다. 지쳤음이 이유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일정이 끝났다고 해서 지친 마음까지 자동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팀원분들을 바라볼 때는 그동안 너무 높은 강도로 달려왔으니 지치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걱정된다는 표현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본 적은 없었습니다. 실장님께서도 다른 자리에서 번아웃이 왔다고 표현하실 정도였으니, 올 한 해도 작년과 똑같이 팀원분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 년이었음이 분명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지쳐버린 것에는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힘든 상태를 외면해 버린 거죠.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지만 대회 도중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선수들의 마음이었달까요? 그렇기에 잘 해낼 수 있었고 해낸 것에 대한 자부심도 분명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그런 상황을 즐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상황에만 휩쓸리면 안 됩니다. 이전에야 멈출 수 없는 시간들의 연속이었기에 마음을 다그쳤지만,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에는 마음을 다그칠 명분이 없습니다. 다그쳐서는 안 되죠. 다시 중심을 잡아야만 제대로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 편안했습니다. 실장님께서는 당분간은 새로운 팀원분들의 적응을 돕는 것에 집중하고, 그 외 시간에는 자유롭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거나 관심사를 채워보라고 해주셨습니다. 잠시 숨을 돌려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런 분께서 첫 직장 생활의 첫 상사라는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셨으니 당분간은 숨을 좀 가다듬어야겠어요. 물론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가져왔던 긴장감과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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