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어주기
회사에서는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 게 좋을까요? 보통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듣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소모를 통해 성장하는 존재니까요. 계약 관계로 보아도 개인은 회사가 요구한 수준만 제공하면 되니, 그 이상을 내보이는 건 호구 잡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함께 일을 하다 헤어진 후, 다른 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함께 일하던 그 당시에 각자의 이유로 인해 최선이나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고요.
이해합니다. 모든 걸 다 보여주었음에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성과가 없을 때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쉽습니다. 아직까지 진심을 쏟아붓지 않았는데도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을 만난 적이 없거든요. 전력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질까요? 세상은 냉정해서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다면 좋은 기회일수록 모든 걸 쏟아부어도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진심을 다해도 되는지 계속 고민만 하고 끝내 행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도 얻지 못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주어졌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분노할만합니다.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최선과 회사가 원하는 최선이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다 한들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최선이 아니라고 봅니다. 혼자서만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회사가 보상을 쥐고 있으니 회사가 원하는 방향에 맞아야 하죠. 그 방향을 맞추는 것 또한 노력해야 하는데, 꽤나 많은 경우 단순한 노력의 양만 생각하고 그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게 잘 맞았음에도 원하는 걸 얻거나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최악이죠. 그렇지만 그렇게 살겠습니다.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보상과 결과를 떠나서 그렇게 하지 않고 흘러가는 순간들이 너무 아깝습니다. 회사 속의 피고용인이 아니라,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쏟는 저라는 사람의 1인칭 시점에서 말이에요. 당면한 순간들을 모든 걸 쏟아부으며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아끼고 딱 필요한 것만 효율적으로 챙길 수 있을까를 신경 쓰는 건 제가 생각하는 진실한 삶과 거리가 멉니다.
결국 진실하게 살기 위해 진심을 다하려고 합니다. 배신당했다 느낀 순간도 많았고 언젠가 또다시 배신당할 수도 있겠죠. 먼저 내어주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요. 괜찮습니다. 그저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얻어낼 수 있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깝지 않게 순간들을 농밀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요. 그 이상의 의미와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