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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22. 2024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스트레스

  대학원 때 과호흡을 겪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과, 그럼에도 그 일들을 반복하여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되었어요.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해지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상담과 휴식을 통해 잘 이겨냈고, 돌아온 일상에서는 해당 상황을 다시 맞닥뜨리지 않고 잘 지내오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요.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다행히 과호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조이는 듯하며 숨 쉬는 것이 불편했어요.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도 났습니다.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운동을 쉰 것이 문제였을까요.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회사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능력과 권한에 비해 보이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아무리 애써도 그 문제들을 당장 해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만이 들어 그런 것 같아요. 대학원때와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맞닥뜨린 문제가 쌓아 올린 스트레스에 짓눌린 거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나아질 걸 압니다. 저에게 권한이 주어질 리도 없고, 설령 주어진다 해도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사람인지라 할 수 있는 일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그러니 다른 사람이 맡아서 잘 해결하리라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뻔히 보이는 일들에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타고났나 봐요. 그래서 가슴이 답답해진 것 같습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반복된 고민이 스트레스가 됐고, 그것이 모르는 사이에 쌓여 몸이 반응하는 지경에 이르렀나 봅니다.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위한 문제와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무력감이 느껴져 스트레스로 누적되면 과감히 외면할 줄도 알아야 해요. 모든 걸 다 지고 갈 수 없습니다. 능력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다 무너지는 게 더 손해입니다. 잠시 고개를 돌릴 필요가 있어요. 예민한 기질 탓에 그런 상황이 눈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단지 직접 해결하지 않아도,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3년 전에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다시 이러는 걸 보면 환경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극복해야죠. 공황장애에 걸리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까요. 운동, 취미생활, 잠시 시큰둥해짐 등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야만 합니다. 타고난 예민함의 방향성을 풀리지 않는 업무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연습을 해야 해요. 장기적으로 보고 끝내 이겨 내야만 합니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어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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