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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29. 2024

생애 첫 캘리포니아 1주일 체험기

LA, 롱비치, 샌프란시스코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비싸고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에 말이죠. LA와 롱비치,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스트레스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과분할 정도로 즐겁게 주의를 환기하고 왔어요. 감사하게도 학회 참석과 회사의 지원을 통해 다녀올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틈틈이 쉬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정리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미국에 가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게 이번일 줄은 몰랐거든요.


  미국은 참 크고 넓은 나라였습니다. 듣기만 하는 거랑 눈으로 직접 경험하는 건 차원이 달랐어요. 광활하다 못해 압도적인 풍경들, 넓게 펼쳐진 도로와 해안을 마주하니 모든 답답함이 사라졌습니다. 탁 트인 시야만큼이나 생각도 확장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비교적 좁은 시야에서만 세상을 바라봤던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커리어나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이 사실 그렇게까지 조바심내거나 맘 졸일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지나치게 긴장해서 아등바등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았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사람들도 이 생각의 흐름에 한몫을 했습니다. 강아지들이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것도 보았는데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제 삶에 이런 여유가 조금 더 있어도 괜찮겠다, 아니 반드시 조금이라도 더 있어야겠다 싶었습니다.


  LA와 롱비치는 날씨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았습니다. 캘리포니아는 긍정병이 있다는 농담이 있는데, 왜 긍정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달리기 같은 운동을 참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 곳이에요. 한국에서도 날씨가 좋다면 만사 제쳐두고 햇빛을 마주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만난 사람들 모두 날씨 하나만큼은 이견 없이 최고의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저 또한 날씨 하나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미국에 도착하기 전날까지만 해도 계속 비가 왔었다는데, 날씨 운도 따라주어 참 감사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만큼 편한 곳이 또 없을 텐데, 굳이 이민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광활함에서 오는 자유로움과 폭넓은 선택지는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커리어를 향상시키거나 화목한 과정을 꾸리는 등의 측면에서 말이죠. 미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반드시 경쟁에서 이겨야 하거나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등의 사회적 압박이 없었습니다. 각자만의 생각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와, 커리어나 가정의 모습에 대한 선택지도 훨씬 많았습니다. 거기다 캘리포니아는 아무리 안 좋은 날씨더라도 최소한 한국의 겨울보다는 따뜻하다고 하더라고요. 공기질 또한 당연히 항상 미세먼지 없는 맑음입니다. 한국보다 분명하게 나은 점들이 많이 보였어요.


  물론 단점도 느껴졌습니다. 상방이 높아진 만큼 하방도 낮아졌달까요?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이자, 유수의 회사가 몰려있고 날씨마저 좋은 캘리포니아라 물가가 미친 듯이 높았어요. 롱 비치에서 고작 방 한 채가 딸린 원룸 느낌의 집이 7억 5천만 원 정도였을 겁니다. 식자재는 나쁘지 않았지만 외식 비용은 너무나 비쌌습니다. 그만큼 월급을 비롯한 소득이 높기야 하겠지만 절대적인 액수는 확실히 부담이 컸습니다. 치안도 문제였어요. 미국은 총기소지가 가능한 나라이고,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비교적 안전하다는 구역에서도 위험해 보이는 노숙자를 마주했었습니다. 최근에 노숙자 문제가 많이 해결된 거라고는 들었지만, 총기나 노숙자가 아예 없어질 수는 없다는 건 큰 단점이었습니다. 결국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취향 차이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미국에서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하고, 누군가는 당장에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말했던 것을 보면요.


  새삼스럽게 경험은 역시나 중요하고, 특히나 처음 하는 경험이 삶에 끼치는 영향이 참 크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와본 미국이자 처음으로 혼자 해본 해외 방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컸었습니다. 해외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밥 먹는 것, 팁 내는 것, 돌아다니는 것, 물어보는 것, 심지어 돈을 내고 정당하게 무엇인가 사는 행위조차도 긴장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워졌습니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갈 때 검문소에서 신발까지 다 벗었어야 했는데, 순전히 즐거움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당황과 긴장은 없고 ‘이 나라는 보안에 진심이구나’라는 순수한 경험이자 배움으로써 말이죠.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던 경험이어서 그런지 여운이 더욱 짙게 남습니다. 돈, 시간, 에너지를 아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절약과 효율에만 집착해 놓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캘리포니아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비용이 살인적이어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배짱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비교적 큰 단위의 돈을 쓰다 보니 감각이 무뎌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렇게 쓰는데 한국에서 좀 더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합리화를 했던걸 보면 무뎌졌다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마주할 모든 일들이 이번 여행 같지 않을까요? 생각이 많아 막연한 두려움도 많이 가지는 편인데, 아무리 생소한 일이더라도 부딪히고 나면 두려워했던 것보다 별거 아닐 겁니다. 색다른 환경과 경험을 마주한다면 긴장하는 건 당연하니, 그 두려움과 호기심을 잘 섞어서 새로움을 마주한다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때로는 아끼기보다 과감하게 내질러 보기도 하고, 좋은 날씨도 최선을 다해 만끽하면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겁니다. 세상이 이렇게 넓어서 아직도 경험할 수 있는 게 많이 남아있다는 건 정말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자, 이제 돌아가서 출근해야죠.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가 치열하고 즐거운 제 일상을 맞닥뜨릴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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