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자
수영을 배운 지 한 달 정도가 되었어요. 처음이라 그런지 역시나 어색하고 미숙합니다. 물에 뜨지 않고 계속 가라앉아요. 최선을 다해 손과 발을 허우적대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잠깐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가라앉아요.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픕니다. 강사님께 한 달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힘을 빼고 천천히 하라’ 였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잘 안 따라줍니다. 매 수업마다 송곳처럼 날아드는 피드백에 답답함과 부끄러움이 반복됩니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속상하더라고요. 스스로가 힘을 빼고 천천히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유독 그러했습니다. 아마 단순히 수영을 잘 못해서는 아니었을 거예요. 제 삶 전체를 다그치는 듯했습니다. 매사에 급하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는 소리를 꽤 듣거든요. 한 번은 친한 차장님께서 드라마를 보다 이제훈 님의 연기를 보며 제가 떠올랐다 하셨어요. 과하게 애쓰는 모습이 닮았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물론 절대로 외모가 비슷해서 떠오른 건 아니라는 걸 누차 강조하셨습니다. 조급함에 익숙한 스스로조차도 괴로울 때가 많으니, 타인이 보면 꽤나 안쓰러운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힘을 뺀다고 대충 하는 건 아닌데, 힘을 빼면 대충 하는 것 같아 싫거든요. 힘을 주어봐야 힘을 빼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삼기는 합니다. 타고난 기질이 잔뜩 힘을 주고 살아가는 것이니, 힘을 빼기 위해 계속 의식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요즘은 이왕이면 힘을 빼는 법을 알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괴롭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쳐서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여력이 남아 있지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태이길 바랍니다. 수영도 저의 삶도 보다 유연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