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팀에 합류한 지 2년 반 정도가 되었네요. 첫 합류 당시 전체 팀원은 저를 포함하여 총 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0명이 넘습니다. 로봇이라는 복잡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여러 부분들을 각자 맡아줄 사람이 늘어난 건 분명 좋은 신호입니다. 그런데 정신이 없습니다. 아직 많이 어색하기도 하고요. 성장해 가는 조직으로써 필연적인 변화이기는 하지만 분명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가장 힘든 건 소통의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어요. 과거에는 한 두 사람에게만 물어보고 업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한 두 사람을 더 거쳐야 합니다. 설령 한 사람에게만 물어보는 경우에도, 질문을 받는 상대 또한 해당 정보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정보라는 게 사람을 거쳐갈수록 객관성을 잃기 쉽다 보니, 제가 이해한 내용과 처음에 의도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그 차이를 알게 되어 허탈한 경우도 꽤나 많아졌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도 달라져야만 했어요. 팀원이 적을 때처럼 스스로가 실무를 즉각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할 수 없습니다. 기능이 얽혀있는 부분을 다른 팀원이 개발하고 있다면 개발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개발이 완성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아직까지 명확한 개발 절차가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의 개발 방식까지 완벽히 일치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다른 의도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상황들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에 꽤나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상황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보의 불균형과 복잡도가 너무 많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과거에는 비교적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었던 업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점차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해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데,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설령 발언한다고 해도 전달되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여러모로 피곤한 상황인 거죠.
그래도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왕도는 없어요. 과연 내 말이 맞을까 싶은 순간들만 가득하더라도 표현해야 합니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의견 자체가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부족한 정보 속에서는 저의 의견이 옳더라도, 다른 정보들을 고려하거나 보다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더 나은 다른 해결책이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저는 제 관점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자체가 상황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빈도는 줄어들 수 밖에는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겠습니다.
혼자서 정말 빠르게 결정하고 움직였던 과거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는 혼자서 완벽히 해내는 건 불가능하니, 누군가 이 고민을 함께 해주며 뒤를 봐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니까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거고, 보다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가야만 합니다. 성장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꽤나 큰 행운일 테니, 지금의 변화에 저도 잘 적응하면 좋겠네요. 상황이 복잡해지고 팀원이 늘어난 환경 속에서도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잘 찾아내어 잘 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