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습니다. 그게 무엇이 됐던 간에요. 학생 때는 공부를, 대학원생 때는 연구를, 지금은 일을 잘하고 싶습니다. 왜 잘하고 싶은 걸까를 고민해보기도 했는데, 그냥 저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고 그렇게 살아갈 때 활력이 넘치거든요.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은 그 열망에 휩쓸려 살아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마음을 오로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한들 계속해서 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하거든요.
무엇인가를 잘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어진 것을 잘 해내는 모습일 거예요. 시험을 잘 치르거나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등의 업무가 해당되죠. 이때는 스스로와의 싸움이고, 외부의 자원을 끌어당겨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고, 점차 능숙해지면서 주어진 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죠.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스스로와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게다가 이미 잘하거나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경우라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 해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보며 좌절에 빠지고 벗어나는 과정을 꽤 많이 반복해야 할 수도 있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객관화와 배움을 반복하다 보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잘한다는 것의 결과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달려있으니까요. 노력의 방향과 크기가 충분히 적절하다면 시간이 지나서는 주어지는 것들을 잘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에 있는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원의 일부가 자신의 능력치로 내재화되고, 이를 활용하여 공부나 일 등의 목표한 바를 성취할 수 있게 되죠. 이 경지까지 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자신이 해내야 할 일을 충분히 잘 해내는 경지에 이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잘해야만 해낼 수 있는 문제를 마주하죠. 보통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받는 사람들을 리더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이때부터 문제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집니다. 더 이상 혼자서만 애쓴다고 풀어낼 수 있는 규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잘한다는 결과가 자신으로부터만 나오는 게 아닌 거죠.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내야만 합니다. 문제는 나의 노력은 타인의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 직접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함께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상황에 따라 역량이 부족한 사람과 함께하거나, 역량은 뛰어나지만 함께 하면 독이 되는 사람과 함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잘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각자의 최선이 전체의 관점에서는 서로의 발목을 잡는 최악의 수가 되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소통과 합의가 중요해집니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고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해야만 해요. 그래서 잘 해내는 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집니다.
지금의 저는 혼자서 잘해도 괜찮은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해야 하는 것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만 잘하는 게 더 편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받을게 뻔하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그런 생각으로 조금씩 애써보고는 있지만 역시나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아직까지는 함께 잘하는 것을 당장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즐겁게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