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1
저희 학교 대학원은 기본 등록금과 생활비 장학금을 보장해주는 대신, 학위 과정 중 한 번은 반드시 무급 수업 조교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조교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3학년 과목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저의 지도교수가 수업을 하나 더 맡아 1학년 과목의 수업 조교를 혼자 맡게 되었습니다. '20학번이라니...', '주민번호 뒷자리가 1,2가 아니라니...' 하며 약간의 충격을 먹은 상태로 말이죠.
보통의 수업 조교는 중간 기말고사를 채점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주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맡게 된 수업은 조금 특이해요. 교수처럼 제가 오롯이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식의 자율권이 주어졌거든요. 말이 좋아 자율권이지 사실 엄청나게 부담이 됩니다 ㅋㅋ 기계공학 석사과정이지만, 사실 저는 기계공학을 정말 못 하거든요.
물론 공부를 다시 하는 건 큰 문제가 안되지만, 저의 준비가 수업의 퀄리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 수업의 목적은 학부 신입생들이 기계공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저희 학교가 최근 학사제도를 바꾸어 신입생 때는 모두 학과가 없는 상태로 입학을 하게 되는데, 그 학생들의 학과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각 학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업이 열리게 된 거죠. 하지만 그 말은 즉슨 제가 재미없게 하면 학생들이 기계공학과를 선택하지 않는 학과 차원의 대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어쨌든 고민을 안고 수업 구성을 위해 학생분들과 첫 화상회의를 마쳤고, 역시나 예상대로 다양한 기대치와 경험을 가진 학생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예상했던 조교 수업보다는 할 일이 많겠지만, 학생분들과 직접 교류를 할 수 있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도 됩니다. 의무로 하는 일이긴 하지만, 학생분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도록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준비 해 보고자 합니다.
다만 저도 본업은 연구이니까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균형을 잘 잡아야겠죠? 대학교 1학년이라는 찬란한 시기에 비대면으로만 만나게 되어 아쉽지만, 너무나도 예쁜 시기에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학생분들에게 제 수업이 좋은 기억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