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은 학생이 아니다

2020.09.16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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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구실의 랩 미팅은 보통 2명의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진행이 됩니다. 제 지도교수님과 제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 이렇게 두 분이 들어오시는데요. 두 연구실이 행정상으로는 다른 연구실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연구실처럼 업무, 연구, 장비 등을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 원로 쪽에 속하시다 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포스가 넘치시는데, 최근에 또 하나의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신입생들이 입학 후 6개월 만에 연구 주제를 발표하는 자리였는데요. 교수님은 'Freshman research topic presentation'이라는 제목을 보시고는, '너희가 왜 Freshman이냐. Freshman은 학부생한테나 붙이는 거지 대학원생인 너희들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너희는 월급을 받는 프로다' 라며 뼈 있는 말씀을 날리셨습니다 ㅋㅋ


흔히 우스갯소리로 대학원생은 학생과 직장인의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학생들처럼 공부도 해야 하고 돈도 없는데, 직장인처럼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크게 자유롭지 않고 때로는 야근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대학원생이 학생처럼 어리광을 피우거나 실수를 쉽게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직장인처럼 프로페셔널하게 학업과 연구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저도 대학원생은 학생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학생이 아닌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학생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연구실이라는 조직이 굴러가지 않을 것이고, '배우는 사람이니 괜찮아'라는 마음가짐이 너무 지나치다면 비교적 짧은 학위기간에 충분한 학업적 성장을 이뤄내기 어려운 점이 분명 있으니까요. 다만 직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돈을 받고 해야 하는 업무에 학업이 포함된다는 것과,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돈 이외에 학업적인 성취와 학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에도 그랬지만, 저는 학생도 직업이고 모든 직업에는 프로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하기 싫은 날도 작은 것이라도 배우고 활용하여 연구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 학생이 아닌 프로로서의 대학원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지친 순간들에는 나 자신을 보살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학원생이 학생이니까 못 하는 건 괜찮아'라는 지나친 합리화에는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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