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와 학사의 차이가 이런 것일까

2020.09.25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주로 제 전공인 기계공학과 관련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애쓰는 강의를 하는데요. 정말 신기한 건 제가 학부 때 강의를 했었던 주제와 딱 맞는 연구실에 지금 진학을 했다는 겁니다. 의도를 가지고 주제를 선정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반드시 로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학부 때나 지금이나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다 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의자료의 큰 수정 없이 진행을 했는데, 강의 중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달랐습니다. 제가 연구하며 알게 된 지식과 상황을 바탕으로 예시를 드는 경우가 생겼고, 강의 중간중간 '이걸 넣었으면 좀 더 좋았을 걸', '이런 내용을 추가하면 강의가 더 풍성해지겠는데?'와 같은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을 느꼈던 부분은 강의를 마친 후에 받게 되는 질문에서였습니다. 물론 아직 한 군데의 학교만을 방문한 것이라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훨씬 더 전문적이고 깊은 질문이 많았고, 저 또한 이전에 비해 더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제가 석사과정을 밟고 있음으로 인해서 제가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은 물론이고, 저를 바라보는 청중들의 질문이 갖는 깊이 또한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분명 같은 자료와 같은 내용인데, 제가 은연중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질과 사람들이 저를 인식하는 모습은 달랐던 거죠. '이런 게 석사와 학사의 차이인 걸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렇다면 박사는 얼마나 깊은 내공을 갖고 있고, 얼마나 전문적인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강연이 과학과 공학을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 학부 수준의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것과 깊은 것은 분명 다르고, 그것이 특히나 지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연구를 한 경험은 강연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은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을 많이 해 왔으니, 앞으로는 전문성 있는,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식을 잘 담을 수 있는 강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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