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기가 자퇴를 했다

2020.09.29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같이 대학원에 입학했던 연구실 동기가 자퇴를 했습니다. 사실 한 달 전 정도에 일어난 일인데, 이 일에 대해 뭔가 마음을 다잡고 정리하지 않으면 제가 건설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무언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방향으로 증폭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영상이나 글들을 쭉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1년도 채 되지 않는 최근까지의 제 대학원 생활도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았거든요. 사실 많은 부분이 복합적으로 얽혀 저를 괴롭혀왔지만, 오늘은 연구 자체의 어려움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연구실 동기가 회의감을 느껴 자퇴를 결심했던 부분이 저는 이 부분이라고 어림짐작하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꽤나 많은 지식들을 습득해야 합니다. 더불어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때때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때, 설령 문제를 알더라도 해결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는 것 등 지식적인 압박이 반복되는 것이 상당히 힘이 듭니다. 물론 꾸준히 하면 나아지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정신노동에 가까운 연구에서는 노력과 정신력만으로는 절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가 아니라 '올바르게' 해야 하니까요. 이를 위해 반복적으로 지금 현 상황을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부분인지, 내가 지금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맞는지 등의 자기 검열적인 생각들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송별회 회식 자리에서 동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연구에 일상의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 게 맞지 않다고 느꼈다고. 거기에 최근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사건들이 많아서, 더더욱 오랜 시간을 대학원에 쏟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부나 명예에 크게 욕심이 없는 친구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본인의 관점에서 현재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그 친구의 담담한 결정에 작은 응원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연구를 비롯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고, 이렇게까지 학위 과정을 버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되묻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대학원에 오기 전에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을 찾아 놓은 상황이었고, 저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의 충실한 삶에는 대학원에서 하고 있는 연구도 포함이 되더라고요. 더불어 연구가 분명 고되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밖에 나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삶은 투쟁이고 전쟁이니까요. 때로는 쉬어가고 위로받는 순간들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명의 어른이자 생명체로서 이 세상을 오롯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꺼이 견뎌 내고 극복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자퇴를 결정한 그 친구도 여전히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금의 어려움을 피하고자 하는 얕은 결정이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그 친구가 서 있게 될 전쟁터가 연구실이 아닌 것뿐입니다. 우리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들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권리를 위해 생존이라는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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