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
2020.10.24
가을인가 봅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영상과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나오네요. '청량하다는 말은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날씨는 이렇게 좋았지만 사실 어제의 저는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연구를 하며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어떤 문제 때문에 새로운 물품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 물품이 오기 전까지는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 더불어 듣고 있는 수업의 코딩 과제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계속 갑갑했습니다. 몸도 피곤하고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진작에 끝냈어야 할 것 같은 문제를 벌써 2주째 붙잡고 있었거든요. 피곤함을 이끌고 하루를 열심히 살기는 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퇴근을 해도 마음에는 조급함이 가득 차 있었고요.
이전에 '스스로를 응원할 줄 알아야 해',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것도 중요해' 같은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피곤함과 조급함에 깊게 빠지게 되니 그러한 마음가짐이 잘 먹혀들지를 않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살았지만 잘 안 풀리는 날도 있는 건데, 항상 성장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게 아닌 걸 분명히 아는데도 어제의 저는 유독 스스로를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끙끙 앓다가 복잡한 마음에 맥주를 한 캔 마셨고, 피곤함과 취기가 합쳐져 다행히 바로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래도 당연히 일주일의 피로는 가시지 않아 낮잠을 3시간 더 잤고요. 그렇게 일어나니 더 괜찮아졌고, 스스로가 괴롭혔던 어제의 제 자신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몸도 마음도 변화의 폭이 큰 사람이라 어떠한 생각과 감정의 구덩이에 빠질 때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때로는 좀 쉬어 가야 하는 데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구덩이에 빠져 편히 쉬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구덩이에서 나오면 그때가 돼서야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걸까?'
사실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평생 동안 저를 괴롭히며 살아왔기에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삶을 살아갈 거예요. 힘든 순간들도 많지만 분명 그런 제 자신이 만족스럽습니다.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가 저를 사랑하는 방식이니까요.
다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 평소에 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괴롭힘으로 느껴질 때는 스스로를 위로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그게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때로는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깊게 쉬면서 굳은 몸을 풀어줄 스트레칭을 하게끔 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오늘 참 고생 많았다고, 지금 잘하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많이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