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간 거 후회해?

2020.11.05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동생과 농담을 하며 각자의 어려움에 대해서 털어놓고 있었는데요. 동생이 문득 '대학원에 간 거 후회해?'라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 말에 빵 터져서 엄청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나에게는 휘황찬란한 미래가 기다릴 거여서 괜찮다'는 약간의 헛소리를 하며 즐겁게 웃어넘겼습니다.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저는 진심으로 대학원에 온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대학원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제가 한 선택이니 후회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어서 기는 해요.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학원에서 얻는 경험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대학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어떠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그것에 대해서 충실히 배우고 있기는 하니까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고 예상했던 바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지, 힘들지 않다고는 안 했습니다. 최근 들어 평소 스스로의 한탄과 욕이 많이 늘었다고 느끼거든요. 아무래도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트레이닝받는 과정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비판을 듣게 되고,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감정적으로 많이 지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감정적인 사람이거든요. 학부 때도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여전히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토의하며 치열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은 저에게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속한 곳이 구성원 간의 감정적인 배려가 조금 부족한 곳이기도 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어찌 됐든 조금씩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저이기에, 이러한 상황들 논리와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들에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한없이 동의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대학원은 훌륭한 트레이닝 과정 중 하나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정인 것도 분명합니다. 학부 때부터 나름 빡센 생활을 해와서 이러한 흐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은 그거보다 훨씬 더 자주 강하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휘몰아친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가뜩이나 감정적인 저에게는 이러한 훈련의 과정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순간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판을 받아 나의 논리적 부족함에 한없이 매몰될 것 같을 때, 잠시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으로 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 있어서 이렇게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는 건 저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상과 글을 만들며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또다시 치열한 전쟁터로 돌아가 버틸 작은 힘을 얻으니까요. 굳이 영상과 글이 아니어도 평소 소진된 감정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간 것,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반복적으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마 조금 나아지면 그만큼 또 어려운 상황이 주어질게 뻔하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겠죠? 조금씩 버텨 나가다 보면 그간의 어려움을 모두 보상해주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뿌듯한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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