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4
요즘 진심으로 졸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듭니다. 분명 학부 때만 해도 석사는 다 받을 수 있는 거고, 박사가 받기 어려운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사실 이마저도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석사 학위를 영어로 했을 때 괜히 Master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아니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학원에 막 입학을 했던 8개월 전과 비교를 해보면 상황이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풀어야 할지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 문제를 꽤나 많이 구체화시킨 상황으로 넘어왔으니까요. 친구는 이제 풀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절반은 된 거라고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는 게 또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 문제를 잡아가는 과정에서는 의욕과 에너지가 넘쳐서 몇 번의 고꾸라짐 정도가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눈앞에 쏟아지니 어느덧 지쳐버렸습니다. 문제들을 해결했을 때의 즐거움은 잠깐이고 스스로가 해낸 것이 이루어야 할 목표에 비해서는 한없이 작아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이성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고통은 결국 끝까지 가서 마무리를 지어야만 끝날 거예요. 작은 성취들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냥 별 생각 안 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워낙에 예민한 편이다 보니 순간순간의 감정적 피로를 잘 못 견디는 것 같아요. 분명 5일 전에 심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영상을 찍었던 거 같은데,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뀝니다 ㅋㅋ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는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어록이 있죠. 훈련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해?'라는 답변을 쿨하게 날립니다. 세계 최고라는 엄청난 업적을 성취했던 김연아 선수도 매 순간 대회의 결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거죠. 평소에 저처럼 이유를 찾고 고민을 해 보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이렇게 풀어놓고 보니 지금은 그런 고민이 딱히 큰 도움이 되질 않는 거 같습니다.
졸업이고 나발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야겠어요. 학위 과정처럼 꽤나 긴 기간 동안의 싸움은 확실한 목표나 마인드 컨트롤도 좋지만, 일단 시작한 거 무념무상으로 그냥 하는 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