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가 나에게 가치가 있을까?
2020.11.29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서 미니멀리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단순히 물질적인 미니멀리즘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를 쫓을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미디어와 광고,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며 세상에 우리에게 '이러한 가치를 쫓으라'라고 세뇌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에 그 사이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은 사용하라는, 그 반대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소유의 관점에서 물건뿐만 아니라 특정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을법해 보였습니다. '내가 현재・미래에 쫓고 싶어 하는 가치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대학원에 있다 보니 박사과정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되는데, '나에게 정말로 박사학위가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명 박사과정을 밟더라도 지금의 연구분야를 그대로 유지 하진 않을 거긴 하지만, 분야의 문제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사실 저에게 있어서는 어떤 지식을 깊게 탐구하는 것이, 학위를 받아 박사님으로 불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는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어도 좋으니 무엇인가 잘 해내는 것, 크게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치를 쫓아야 하는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박사학위를 하면서도 그러한 가치를 쫓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며 나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그 자체가 박사과정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분명 아닙니다. 박사학위 이후는 몰라도, 최소한 박사학위 과정 중에는 지식과 알고 싶은 것에 대한 탐구욕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뿌리에는 공학을 두고 어떤 일들을 해 나갈 사람으로서 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분명 있습니다. 짧게나마 경험했던 사회와 대학원에서 분명 박사 학위라는 수련 과정을 거친 사람이 갖는 통찰력은 남달랐거든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정말로 연구라는 행위를 업으로 삼고 싶을 때 의미를 갖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기술 자체의 탐구와 발전보다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훨씬 많은 제가 정말 연구라는 행위를 업으로 삼아서 살아가고 싶은 것이 맞을까요? 게다가 저 스스로의 강점이 공학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해오고 있다면, 공학이 아니라 공학을 기반으로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쫓는 길이 아닐까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영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 사회로 나아가는 게 더 맞는 길일 겁니다. 실제로 삶을 살아 보고, 돈을 벌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또다시 고민하고 하는 과정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토록 원하는 그 순간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쫓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대학원 석사와 박사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입학했던 대학교 1학년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학위과정을 밟아가는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오며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고 스스로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광고와 미디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물건을 사게끔 하는 것처럼, 제가 속해왔던 사회의 분위기가 저에게 있어서는 불필요한 가치인 박사학위라는 것을 쫓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반드시 제가 연구를 업으로 삼아야 하는 건, 연구를 잘해야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