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기계공학을 바탕으로 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요. 그런데 사실 기계공학을 엄청 잘하거나 엄청 좋아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뼛속까지 기계 쟁이는 아닌 거죠. 대학에 입학할 때 기계공학을 선택했던 이유는 물리를 잘해서라기보다, 기계공학을 나중에 잘할 수 있게 됐을 때의 제 모습이 기대돼서였거든요. 대학에 입학해서는 산업경영공학이라는 학과를 추가로 부전공하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기계공학보다는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계공학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분명 단점이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성향에 따라 이 단점이 치명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밟는 입장에서 한 번쯤 정리해 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장점은 학문의 폭이 굉장히 넓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것을 다루는 다른 공학 전공자,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 전자전기공학, 화학공학, 신소재공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용어를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기계공학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4대 역학이 전반적인 물리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학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용어들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결국 흔히 취업을 할 때에도 폭이 굉장히 넓다는 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기보다는, 어느 지식과 기술이던지 배울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무엇인가 원하는 걸 만들 때 정말 잘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기계공학이 실제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만들 때 모든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 직관을 만들어 주는 거의 유일한 학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요즘은 4대 역학과 더불어 바이오,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그 시대에 요구되는 내용들도 함께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러이러한 것들을 고려해야 된다'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은 이러한 법칙 아래 이러한 수학적 물리적 기술을 바탕으로 고려해야 한다'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물리적인 시스템을 꾸릴 때, 거의 모든 부분을 직관적으로, 그러나 동시에 과학적으로 고려하여 시스템을 꾸릴 수 있게 되죠.
그럼 이제 단점을 말해 보고자 하는데 이쯤 오면 감이 잡히셨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기계공학은 폭넓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낄 가장 큰 단점은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겁니다. 저희 학교 기계공학과의 경우에는 학부 때 전공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 가장 많은 학과였습니다. 워낙 전통이 있는 학문이라 그동안 쌓인 4대 역학만 배우기도 난이도와 양으로 봤을 때 버거운 게 사실인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교양 과목, 전공선택과목, 그리고 트렌디한 학문 내용들도 습득을 해야 하니 학업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 그 부분은 요즘 반반인 것 같습니다. 기계공학 자체가 물리적인 시스템에 대한 해석과 직관을 배우는 곳이다 보니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큰 강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취업을 준비하지는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지만, 제조업보다는 IT, 전자전기 관련 직종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요즘에는 예전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만약에 연구를 하는 엔지니어로서 나아가고자 한다면 특히 기계공학이 학부 때 배우는 깊이가 얕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래되어 많이 발전한 학문이고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깊이가 있기 굉장히 어렵죠. 거기에 많은 전통적인 기계공학의 문제들은 이미 풀려 있는 경우가 많기에, 요즘의 연구는 기계공학을 근간으로 그 위에 인공지능이나 바이오 등의 새로운 지식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 때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그 후에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 내용을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정리하자면 제가 느끼는 기계공학은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분석능력과 직관을 기를 수 있는 학문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그 가치가 예전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 때 배우는 내용 자체는 시대의 흐름에 다소 뒤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공학적인 강점을 갖추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학문보다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