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피할 수 없는 어려움

2020.10.20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속앓이를 합니다. 아마 대학원생들끼리 모여 밥을 먹는데, 연구실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 아무 말도 못 한 채로 밥을 먹어야 할 겁니다 ㅋㅋ 세세한 어려움은 각자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모두가 겪는 것이 있다고 느끼는데요. 바로 지도교수와의 크고 작은 마찰입니다.


실험실에서 코딩을 하다가 연구실 선배 두 분이서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지도교수님의 연구지도 스타일로 인해 겪은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고, 선배 중 한 분이 '나는 처음에 대학원생이 잘하면 이런 문제는 안 겪는 줄 알았어. 그런데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거더라'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이슈가 비슷하게 있어서 엄청나게 공감이 가더라고요. 최근 추석 연휴 때 만났던, 다른 대학에서 박사과정 고년차를 마무리해 가는 지인을 통해서도 그런 속앓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면 대학원 구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절대적인 상하구조라고 느낍니다. 제가 회사나 다른 조직에서의 사회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이 정도로 많이 맞추거나 희생까지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조직을 나오면 되니까요. 하지만 대학원은 그런 선택을 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학계라는 곳이 좁아서 다른 분야라 하더라도 평판이 좋지 않게 나면 연구실을 옮기기도 쉽지가 않죠. 그리고 졸업도 전적으로 지도교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합리적이고 좋은 교수도 많지만, 애초에 교수의 인성을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권력구조가 명확한 대학원생에게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는 구조임을 알 수 있죠. 만약 지도교수와 성향이 아주 잘 들어맞거나 문제 상황에서 항상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상황은 없다고 보는 게 맞죠.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만 대학원에서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모두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정말 서로 바쁜 것이 문제일까요? 어쩌면 그럴 노력을 하는 것이 대학원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러한 체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바탕에는 현재의 대학원 구조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어서 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체계에 순응하면서만 살아가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딪힐 만큼 부딪쳐 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꾸려고 우리 모두가 조금씩 노력해야겠지만, 근본적인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처를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다소 불합리하게 돌아가는듯한 체계를 바꾸기 이전에, 개인으로서 나 자신이 건강하고 안전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스스로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홀로 대학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바꾸기에는 이 문제가 너무 오래되고 복잡한 것 같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 첫 맥북 프로, 개봉기와 2주 실사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