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학생의 실수를 혼내야 할까?

2020.10.22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목의 수업 조교를 맡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수업과 과제를 준비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 과목은 ABCD 성적이 나오지 않는 대신 통과의 개념이 있습니다. 매주 수업 자료를 보고 간단한 리포트 제출을 요구하는데, 이걸 한 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통과를 못 하는 식으로 수업이 계획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리포트를 내지 않았습니다. 사유를 물어보니 한 번이라도 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은 이미 이해를 하고 있었고, 일자를 착각해서 내지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은 해당 이유를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면서 늦게나마 과제를 제출했고, 가능하다면 통과하지 못해도 수업을 계속 듣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저에게 그 권한이 없을뿐더러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제가 사회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잠깐 경험한 것과 들은 것들을 고려해 보면 굉장히 냉정한 상황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는 실수에 대해 두 번의 기회를 주는 법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회에 나가기 전인 대학에서 '그러한 것을 경험으로써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아직 많이 미숙하기 때문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충돌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 두 방향 모두 설득력이 있다 보니 확실히 고민이 쉽게 끝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교내의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께 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성취를 평가하는 선생님이시다 보니 꽤나 명확한 답을 내려 주셨는데요. 바로 '능력이 부족해도 노력한다면 기회를 준다'였습니다. 당신이 생각하시기에 교육은 능력 자체보다는, 올바른 태도를 길러 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같은 문제를 또다시 반복할 때에는 가차 없이 점수를 매기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교수님과의 논의 끝에 그 학생은 한 번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러한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지는 않고요. 생각해보면 저도 참 많은 실수를 했고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무작정 '넘어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감사하다는 마음이 컸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대학에서는, 딱 대학교까지는 실수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기회만 아니라면, 약간의 관대함은 학생들이 각자의 틀을 깨고 좀 더 많은 도전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울타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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