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6
최근 몇 년간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성공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죠. 정말 이상적인 삶이 분명하니 저는 꽤나 그러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이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제가 일을 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또한 꽤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은연중에 성공을 위해 일이 삶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우선 기본적으로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존의 욕구가 해결되고 나면 사람들은 그다음을 추구하게 될 거예요. 특히나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의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 시대에는, 생존을 넘어 더 나아 보이는 무엇인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참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일을 통한 성공의 보편적인 모습은 많은 돈을 버는 것이고, SNS가 활발한 요즘에는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흐름도 있었고, 제가 20대에 속했던 집단이 주로 일에서의 성공을 향해 달려 나갔던 것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정말 과분할 만큼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 이곳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일을 해내는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공을 한 사람도, 미래의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도 많았죠. 미디어에서만 보고 듣던 모습을 실제로 접하는 것은 또 다른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통해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지 않으면 삶에 충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건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져오던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1등급이나 1등을 목표로 공부하지 않으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죠. 대학에 와서도 그러한 태도는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하나를 빠르게 정해서 그것에서 최고가 되자'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우선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최고가 될 만한 것을 정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어쨌든 일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기저에 깔려 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탐색의 기간 동안 성공할 수 있으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애초에 그런 건 저라는 사람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거 일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결론은 그렇게 정리가 됐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계속해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 만한 일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러한 생각을 어느 정도 품은 채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영상들이 보여주다시피 정말 정말 힘들고 큰 스트레스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제가 평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시간이 지나자 처음으로 일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는 무의식 중에 자리 잡힌 생각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깊게 박혀 있던 생각을 제대로 살펴보니 제가 그토록 큰 성공을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많은 돈을 벌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게 반드시 많은 돈을 벌어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실제로 도움을 준다는 행위가 많은 돈이 있을 때 오히려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큰 성공을 하는 것에는 분명 그만한 대가가 따를 것이고, 그것의 많은 부분은 일이 삶을 잡아먹을 가능성이니까요. 결국 본래 제가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는 성공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 제 인생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싶었던 건 더더욱 아니었죠.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을 한 다음에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엇인가는 성공이 없어도, 어쩌면 성공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 일상에서 일의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며 균형을 잡아 보고 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균형을 잡고 있는 거기도 하지만요. 힘이 드는 순간 있으면 잠시 바깥에 나가 공기도 쐬고, 하늘도 보고, 심호흡도 깊게 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대학원에서의 연구와 일들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못했더라도 하루를 충분히 살아냈다면 고생한 나를 위해 내일로 미루는 연습도 조금씩 해내고 있고요.
머리로는 '일은 삶의 일부분이다'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정작 제 몸은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삶의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일이 잡아먹고 있었고, 동시에 나머지 중요한 부분들이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었죠. 그래서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에서 성공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뭐든지 극단으로만 가는 건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크게 균형이 깨지는 경험도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하지 못했다면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이 삶의 전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분명 알 수 없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