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4
심리상담을 하면 보통 성격 검사를 합니다. 검사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고, 상담을 해 주시는 분이 상담받는 사람을 빠르게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째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건데 매번 성격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그때마다의 결과는 상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얼추 성격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이번에 받은 성격검사에 대한 결과는 좀 남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 세 가지 검사를 했는데, 오늘 상담까지 총 두 가지 검사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 검사는 TCI 성격검사였는데요. 기질과 성격 두 가지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줍니다. 기질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타고난 것에 대한, 성격은 그 기질이 얼마나 잘 발현됐는가에 대한 척도라고 해요. 제 검사에서 특이한 점은 사회적 민감성을 나타내는 기질이었는데, 이게 백분위로 표현했을 때 100점이 나왔습니다. 네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 딱 100점 만점에 100점 말이에요. 그만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굉장히 민감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 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대충 그렇게 태어났나 보다 짐작은 했었는데, 최고 수치가 나오니 제가 어느 정도로 민감한 사람인지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계공학자가 아니라 선생님이나 심리상담가를 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기질이 발현된 성격의 경우에는 약간의 자극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도 많고 행동도 많이 합니다. 스스로가 또 자신 있게 자부하는 것 중 하나가 생각이 정말 많다는 건데요. 하나를 깊게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와 브런치도 발산하는 생각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죠. 다행히도 성격적인 측면에서 이밖에 크게 부정적인 측면은 나오질 않았습니다만, 스스로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효용성이 조금은 낮게 나왔습니다. 최근의 상황이 반영된 것 같은데 스스로가 잘하고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얼추 예상은 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일을 할 때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갖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검사였던 MMPI는 조금 더 정신병리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보니 이 검사도 같이 진행을 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테스트를 하는 사람이 성실하게 응답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함께 검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답해서 그런지 당연히 답변의 신뢰도는 높게 나왔고, 다행히도 뚜렷하게 보이는 병리적인 문제도 없었습니다. 다만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는데, 주로 경쟁심보다는 조급함에서 많이 비롯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 걸 보면 이것도 꽤나 신빙성이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원래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정리된 걸 보니 보다 명확하게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특징적인 부분을 정리해보자면 저는 사람과의 관계에 민감하고, 감정적이고, 생각이 많으며, 다소 조급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확한 분석이라고 느꼈습니다 ㅋㅋ 역시 심리검사가 괜히 심리검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저를 싫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까운데, 아무래도 기복이 있는 성격이다 보니 성격의 단점들이 겹쳐지는 순간에는 많이 힘들긴 합니다.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마 그것들이 안 좋게 겹쳐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성격 자체의 장단점이라는 건 딱히 없으니 그저 그 성격을 얼마나 스스로가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살다 보면 또다시 힘든 순간이 분명 찾아올 텐데, 오늘의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저라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성격과 심리에 맞게 그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지금 이 꽤나 버거운 대학원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평생의 숙제처럼 연습해 나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