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출근하는 대학원생의 생각

2020.12.25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제 글이 보통 작성할 때에 비해 늦게 올라가서 아마 이미 한참 지났을 거지만, 어쨌든 다들 안전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크리스마스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지만요. 혹시 솔로라서 그런 건 아니냐고요? 음...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ㅋㅋ


특별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는 저는 오늘도 출근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구실에서 출근을 강요하지는 않는데, 저는 평일인 공휴일에는 계속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최대한 쉬는 생활 패턴을 선택해 왔거든요. 집에 갈까도 했었는데 코로나가 더 심각해지기도 했고, 다다음주인 새해 첫 주에 랩 미팅 발표를 해야 해서 여러모로 출근을 하는 게 속 편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았어요. 그냥 '크리스마스에 출근하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정도의 조소면 저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공휴일에 출근하는 건 너무 슬프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주변에는 공휴일에 당연한 듯이 출근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참 많은 것 같아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와도 치열하게 싸우고 계시는 간호사분들, 저의 삼시 세끼를 책임져주시는 학교의 학생식당 선생님들, 새벽부터 움직일 수 있도록 버스를 운전해 주시는 기사분들, 그리고 오늘도 건물을 지키고 관리해주시는 관리인 선생님 등등 꽤나 많은 분들이 공휴일에도 일상이 멈추지 않도록 애써주고 계시죠. 때문에 제 상황은 오히려 좋은 편입니다.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그냥 스스로가 할 일 하겠다고 해서 출근한 상황이니까요. 그러니까 제 상황이 특히 유별나게 비참하거나 슬플 이유가 없는 거죠. 오히려 스스로의 인생이 레전드라고 조소하는 것조차도 다른 분들께는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출근하지 않고 푹 쉰 것은 아니지만 점심과 저녁을 맛있게 챙겨 먹고, 춥긴 했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바다도 구경하고 온 알찬 하루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처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곳에서는 휴일이라는 것이 반드시 푹 쉬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었어요.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어떻게 보면 휴일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코로나라는 점만 빼면 참 오랜만에 마음도 편했고, 휴일임에도 일상이 멈추지 않도록 움직여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할 수도 있었던 꽤나 의미 있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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