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살아가며 마주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저는 혼자서 정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상황과 감정을 털어놓으며 정리를 하는 편인데요. 감사하게도 주변에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도 많고, 최근에는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서 힘든 상황들을 나름 잘 이겨내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털어놓는 방법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힘든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질리도록 반복되어 그 상황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피로감을 불러오는 경우에는 힘듦을 털어놓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죠. 설령 다행히 잘 털어놓았다고 해도 상대가 나와 똑같이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반응은 분명 아주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되고, 때문에 되려 답답하기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작은 어긋남 조차 맞출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요. 만약 반응 없이 침묵으로 가만히 들어주는 상황이라면 되려 죄책감이 쌓입니다. 내가 지금 이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으로써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보통 상황이 그토록 꼬여 있는 경우는 뚜렷한 타개점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나아지는 경우는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나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인데, 이미 너무나도 꼬여 있어 다른 사람의 말로 인해 벗어나더라도 큰 효용이 없는 것이죠. 오늘의 제가 그랬습니다. 개운해지지 않고 오히려 답답해지거나 미안해지는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 마주하고 나서야, 평소 제가 해 오던 방식이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너무나도 잔인하지만 혼자서 견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버텨내기만 한다면 안개가 걷히고, 시간이 조금씩 방향을 알려 줄 거라고 굳게 믿는 수밖에요.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없으니까요. 이미 너무나도 지쳐 있지만, 남아 있는 마음을 끌어모아 제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고독해져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오니, 힘든 순간뿐만 아니라 저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순간을 진심으로 함께해주신 다른 분들께 새삼스레 더욱 감사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동안 너무 쉬운 길을 다른 분들께 무게를 떠넘기는 방법으로만 살아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온전히 받아내 봐야죠. 언제 끝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이 힘듦 앞에서 혼자서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