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로가 좋은 위로일까?

2021.01.15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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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저는 힘들 때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며 해결책을 찾는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힘든 감정에 매몰되어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반응을 들으면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위로를 갈구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ㅋㅋ 크던 작던 혼자서 힘든 감정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감정 회복이 훨씬 더 빠르거든요. 감사하게도 주변에 진심 어린 위로를 전달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든 순간들을 많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또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른 분들께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오고 있고요. 위로를 많이 받기도 하고 전달하기도 하니 이 정도면 위로 전문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ㅋㅋ


그동안 여러 종류의 위로를 받아오면서, 또한 진심 어린 위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오면서 가장 좋은 위로가 무엇 일지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해 보았는데요. 제 생각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일수록 해결책보다는 공감이, 공감보다는 믿음이 좋은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로 감정적인 어려움을 만들어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위로가 있습니다. 이건 사실상 감정의 타격이 별로 없을 때 효과적인 경우가 많아요. 슬프거나 분노하는 마음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고 힘든 감정의 직접적인 원인이 특정한 문제점일 때 참 좋은 위로입니다. 또한 위로를 받는 사람이 냉철한 이성을 통해서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경우에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위로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힘들어서 위로를 바랄 때에는 문제의 해결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문제의 해결책을 이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사실 자신이 마주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해결책을 찾고 결정하여 행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변화는 자기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위로는 어디까지나 그 순간에 감정적인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들을 보았을 때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만들어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얘기하는 방식의 위로는 사실 썩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힘든 감정 자체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면, 중요한 것은 그 문제 해결을 막는 감정을 치워내는 것이니까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나의 어려움을 알아준다면 그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맞닥뜨리기 어려웠던 힘든 감정도 공감 어린 위로를 받으면 왠지 모르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가 능력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구나',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을 힘들어 할 수 있구나'라는 일종의 안도감 덕분은 아닐까 싶어요.


공감은 분명 효과적인 위로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면 아무리 깊은 진심이 담긴 공감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그 상황에서는 깊은 공감 자체도 쉽지가 않습니다. 깊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계속 물어보며 맞추어 가야 하는데, 크게 지친 상황에서는 상대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감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공감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한다는 불편함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설령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서 공감의 말을 전달한다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힘이 들면 그러한 공감에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지 않거든요. 누군가가 안도감을 전해 주기에는 너무나 깊은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셈이죠.


때문에 제 생각에 가장 효과적인 위로는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여 주는 겁니다. 상대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을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죠. 아마 이런 말이 그런 믿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어떤 방식의 해결책을 선택하던, 심지어 그것이 모든 것을 던지고 잠시 도망치는 것이라 하더라도, 나는 당신이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것이고 끝내는 이겨내리라고 믿는다.’


결국 자기 자신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남이 내가 느끼고 있는 어려움을 다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순간에 내가 바라는 위로는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 믿음을 통해 힘을 얻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문제에 직접 부딪칠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리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도 스스로 올라가 보겠다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믿음이 최고의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되는 위로임과 동시에, 제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야 한다면 결국에는 전달해 주고 싶은 게 믿음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전달해 주거나 받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보통의 위로는 위로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나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죠. 그리고 제 생각에는 '어떤 위로를 전달해 주는가' 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위로를 해 주는 상대가 나 자신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위로의 방식에는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도,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도, 그리고 이 어려움을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전해 주는 것도 모두가 그 누구보다 상황과 감정을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이 해주는 위로니까요.


그래서 그런 사람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이 힘들 때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 말이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러한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참 즐겁고 감사할 것 같아요.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그것이 제가 그동안 많은 분들께 받아온 위로를 조금이라도 갚아 나가는 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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