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2
저는 학부의 마지막 학기에 컴퓨터공학과 2학년 과목을 수강했었습니다. 원래 코딩을 좋아하기도 했고 대학원 진학이 확정적인 때라서 기본적인 코딩 과목 정도는 듣고 가야 여러모로 편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 과목에서는 조별과제가 있었는데 제가 가장 학번이 높아 조장을 맡게 되었고, 당시 1학년 혹은 2학년 친구들과 함께 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1학년인 친구들이었고 저와 나이 차이가 꽤 있었죠. 조별과제는 다행히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서, 과제 진행을 위해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까지 하는 꽤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살면서 1등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꽤 즐겁고 뿌듯한 기억과 함께 학부의 마지막을 마무리한 셈이죠.
그리고 오늘 정말 오랜만에 같은 조였던 친구 한 명과 밥을 먹었습니다. 아마 수업 이후에 따로 본 건 처음일 거예요. 어느덧 그 친구도 고학번이 되었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정말 많아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대학원 이야기를 벗어나 학부 때를 비롯한 여러 파릇한 이야기를 하니 즐겁더라고요. 대학원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한 그 친구에게 제 대학원 생활에 대한 푸념도 좀 많이 늘어놓았고요 ㅋㅋ
저는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자주 만나는 편이었습니다. 생활 반경이 겹치지 않아 자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도 보통 제가 먼저 연락하고 약속을 잡아 찾아다니고는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혼자 있는 재미를 찾아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이었어요.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을 만나는데 애쓸 여력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연구와 졸업이라는 목표 아래 빡빡한 일정들을 성취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외의 것들은 불필요해지게 되거든요.
물론 인간관계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꽤나 넓었던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최우선 순위가 아니게 된 거죠. 우선순위의 문제도 있겠지만 대학원 생활 자체에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한몫을 할 거예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딱히 무엇인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가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그렇게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사람 만나는걸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더라고요. 평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니 좋은 측면도 있기는 있습니다. 우선은 에너지가 많이 남아 너무 힘들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더불어 내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챙기며 만나려고 하지 않아도 꽤나 많은 사람들을 여전히 만날 수 있고, 혹시나 그러지 못하더라도 사람들과 그렇게 크게 멀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고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는데 지내다 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다들 바쁘고 치열하게 각자의 삶을 살다 보니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인간관계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 버릴 테니 계속 신경을 쓰려고는 노력해야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연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마저 다 써버리면 안 되겠지만요. 가끔은 조금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밥 한 끼라도 해야겠습니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연구도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거고, 먹고사는 것에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포함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