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살아진다

2021.01.29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요즘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단순한 경쟁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더욱 그런 거 같아요. 앨범을 한 번이라도 낸 적 있는 가수분들이 참가하셔서 정말 즐겁게 음악 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바쁜 와중에도 종종 챙겨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이소정 님이 부르신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를 들었어요. 절절한 가사와 더불어 이소정 님이 실어주신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했던 노래였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그런 노래가 잘 없는데 그 뭉클함이 너무 커서 오히려 다시 듣기가 꺼려질 정도였어요. 노래를 들으면 너무 좋지만, 들으며 흔들릴 제 마음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꽤나 힘들었던 시간들이 대한 회상이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가사에 담겨 밀려오는 노래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선배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 선배도 저와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셨는데, 저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대학원 생활을 훨씬 더 오랫동안 겪어오고 계셨어요. 학부 때 어렴풋이 듣기는 했었지만 제가 대학원생이 되니 훨씬 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고, 그 내용들에는 제가 겪었고 상상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힘든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담담히 그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는 선배의 모습이었습니다. 잔인한 아픔이 오랜 기간 반복되어 무뎌진 것인지 당신만의 방법을 찾은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저와 달리 선배 목소리는 거의 떨리지 않았습니다. 미처 못다 한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에 남겨 두신 채 그런 말을 내뱉으시더라고요. '살아야지 어쩌겠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긴 하더라'


생각해보면 죽을 듯 힘들었던 학창 시절도 결국에는 지나갔고, 제 호흡까지 괴롭혔던 몇 달 전의 힘듦도 끝내는 조금씩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눈치채지 못한 사이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꽤 무겁고 슬픈 명제를 은연중에 품게 된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이야기가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말이 수면 위로 떠오른 날이었습니다. 여전히 그 어려움들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 모습이 어떨까 궁금하긴 하지만, 동시에 어디까지나 별 의미 없는 가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그럼에도 잘 이겨내주었던, 크게 꺾이지 않고 더욱 단단해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유독 별난 일은 아니겠지만 제 입장에서 제가 살아가는 삶은 처음 겪는 낯선 순간들이니까요. 그래서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소정 님의 노랫말과 선배의 담담함이 말해 주는 것처럼 살다 보면 살아지나 봅니다. 아마 그렇겠죠. 이제껏 그래 왔듯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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