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만큼 나 자신도 잘 챙기자

2021.01.31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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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어려운 일들을 해내도록 요구받는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어려운 걸 해야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기억은 안 나지만 갓 태어났을 때부터 몇 년 동안은 그저 잘 먹고 잘 싸기만 해도 칭찬받던 조그마한 아이 었는데, 이제는 커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야만 1인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는 그나마 나았던 것 같은데 이제 오롯이 학생만은 아닌 대학원생으로서, 청소년이 아닌 성인으로서 그 1인분을 마주하고 나니 생각보다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인의 1인분이라는 것은 일을 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행위니까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일을 할 때는 저라는 사람이 온전히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제 자신을 위해서만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이렇듯 무게감이 커지고 가뜩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일을 하는 것조차도 버거워서 제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기본적인 것들은 대부분의 경우 의식주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밥 잘 챙겨 먹고, 방 청소 잘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가끔씩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멍 때릴 시간도 좀 주고. 일상에서 조금씩 하면 좋다는 것들이자 모두가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 말이죠.


일 잘하는 것, 정말 중요하죠. 그렇지만 결국 남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아무리 일이 잘 안 풀리고 못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혹은 실제로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해서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까지 낙인이 찍혔을지언정, 스스로가 스스로를 챙기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밖에서 그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왔는데 집에서 다시 움직일 기운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실 수도 있어요. 사실 저도 그러니까요 ㅋㅋ 그렇지만 그래도 챙겨야 합니다. 아무리 귀찮아도 나를 위해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 놓아버리고 싶을지도 모르니까요.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거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빡빡한 일정이 계속 반복되는 대학원에서의 요즘에 그걸 더 많이 느낍니다. 사소하고 귀찮고 별 의미 없는 것들처럼 보여도 나를 챙기는 일이라면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대충 때우기보다 몸에 좋다는 과일들을 사서 챙겨 먹고, 먼지 쌓인 방구석도 오랜만에 청소해보고, 기분도 전환할 겸 잠시 옥상에 올라가 하늘 좀 바라보다 내려오고. 처음에야 시간 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끝내 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 같은 행동들이, 눈 딱 감고 스스로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면 더 큰 뿌듯함과 편안함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사실 그러면 일도 더 열심히 잘할 수 있고요.


휴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못 간 본가를 다음 주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없이 바쁘기만 한 대학원 생활에 휴가를 가는 것도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를 챙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일상에서 조금씩 투자했던 작은 챙김들처럼 이번 휴가도 그러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좀 길게 챙기다 돌아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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