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6
오늘은 마지막 심리 상담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이전에 상담사 선생님께서 상담을 종결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시기는 하셨지만,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제가 결정한 마지막 상담일이었어요.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이 찾아온 이후 세 달 정도 상담을 진행했는데, 그 당시의 스트레스와 어려움도 잘 지나갔고 대학원 생활도 안정기에 돌입해서 이제는 혼자서도 잘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느꼈던 과도한 두려움이 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는 이번까지 합치면 크게 총 세 번의 서로 다른 이유로 상담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학부생 때 두 번의 상담을, 대학원생 때 한 번의 상담을 받게 되었네요. 당연하겠지만 매번 상담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점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 보다 깊게 알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번 상담에서는 특히나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해 또렷이 느낀 점 중 하나는 제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정말, 어쩌면 그 누구랑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신경 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사실 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나아가 제가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배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오히려 그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기다리는 것도 큰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상담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관계에 있어 쓰는 에너지를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시작은 아무리 가깝고 진지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매 순간 짙은 감정의 교류가 존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것이 꽤나 신선한 충격이자 큰 위로였어요. 제가 그러지 않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민감한 기질 때문인 것이지 관계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미 충분히 마음을 쓰고 있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기본적으로 관계에 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셈이죠.
오늘 상담이 끝나갈 무렵에는 상담사 선생님께서 아직 제가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스스로의 숙제가 무엇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조급함'이라고 대답했어요. 생각도, 하고 싶은 말도, 누군가와 빨리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많다 보니 마음이 좀 앞서는 경향이 크거든요.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상황들에 준비도 많이 하게 되고, 평소 루틴을 통해서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피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관계에 있어서 조금은 급할 수 있는 것, 제 자신을 빠르게 표현해서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쳐 나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심호흡도 많이 하고, 유튜브 영상을 녹음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말을 좀 더 천천히 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죠.
이번 상담을 통해서도 제 자신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성향과 기질이 무시당하지 않는 선에서, 나아가서는 조금 더 저라는 사람 자체를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사람과 상황에 잘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동안은 관계의 무게중심을 다른 사람에게 두어 즐거움을 얻었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욕심을 내서 중심을 제 쪽으로 당겨 관계의 즐거움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보실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세 달간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함께 고민해 주신 상담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