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1
여러분들은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말이 굉장히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을 가볍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마 본래 의도와는 다른 말을 꺼내기가 쉬워서일 거예요. 누군가 하는 말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지 않는 겉치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심만을 말하고자 애쓰기도 하고 말로써 표현해 내는 생각과 감정에 굉장한 의의를 두다 보니,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게 사회생활을 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썩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여태껏 크게 마음이 다친 적도 없었고, 사람을 쉽게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들을 훨씬 더 많이 접하게 되더라고요. 거짓말과 같이 상대를 크게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진심을 뺀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경우 저와 성장 배경이나 라이프스타일의 접점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아무래도 굳이 남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인의 진심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더 심한 경우에는 본인이 진심으로 믿고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말하기도 하죠.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조합하여 달콤하게 구슬리듯, 진심이 아닌 말로 현혹하기도 하고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상대가 하는 말을 크게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말을 경청하고 그 말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신뢰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행동들에 훨씬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상대가 지금 아무리 저와의 시간이 좋은 것처럼 이야기를 해도 그저 그런 겉치레 표현을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만약 그 이후에 딱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행동이 없다면, 그 사람의 진심을 짐작해보려 할 때 행동이 보여주는 내용을 보다 믿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에 조심스러워지다 보니 상대를 신뢰하여 제 생각과 감정을 보여주는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무작정 많이 쏟아붓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그 행위가 제 자신에게 꽤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배웠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빈도가 줄어들긴 했어도 표현을 하고자 하는 제 마음의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그저 어떻게 보면 조금은 회의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조금은 조심스럽게 변한 셈이죠.
하지만 그렇게 슬프기만 한 일은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상대에게 갖는 신뢰의 크기만큼 나의 감정을 보여주는 연습을 시작하게 됐고, 이는 스스로가 제 감정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제 감정도, 그리고 그 감정을 받게 될 사람도 모두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이니, 이왕이면 높은 가치를 나누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죠.
사람을 보는 눈이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 사람이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는 맞지만 저의 인간관계는 한정되어 있으니, 이왕이면 저와 잘 맞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게 좋을 겁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함께 보기 시작했으니 제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어떤 잣대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그 잣대를 가장 먼저 만족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제 자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