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봄과 가을 하늘을 참 좋아합니다. 청량한 하늘, 특히나 그 하늘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햇살을 사랑해요. 혹시라도 행운이 찾아와 그 둘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날에는, 아무리 바빠도 잠시 작은 틈을 내어 오후 세시쯤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고는 합니다. 대학원의 일상에서 유일한 이 낙이 어쩌면 삶의 낙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휴가를 내고 본가에서 쉬고 있을 때, 화창한 날씨에 여행지를 거닐며 새로운 분위기를 즐길 때처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순간의 공통적인 이미지에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있으니 말이죠.
어디 날씨뿐일까요. 사람이 만들어 낸 순간들이 따뜻하게 비치는 때도 참 좋아합니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웃을 때, 바쁜 와중에도 어렵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고 끝끝내 풀어낼 때, 끝없이 홀로 싸우며 살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쳐있을 때 오늘 하루는 어땠냐는 그 간단하고도 따뜻한 질문을 받을 때 저라는 사람이 참 생동감 있게 숨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는 게 별거인가 싶어요. 굳이 이 세상에 큰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가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일을 하며 살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떠들 수 있는 시간, 비록 떨어져 있지만 전화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 하루를 마무리하고 뿌듯하게 침대에 누을 수 있는 작지만 나름 아늑한 기숙사. 어쩌면 이렇게 건강히 살아 숨 쉬고, 먹을 음식이 있으며, 편히 누워 쉴 공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살아가려면 최선을 다해 저의 일상을 지켜야 할 겁니다. 삶의 기본 전제가 생존이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그 또한 그렇게 쉽기 만한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누구나 동경할 만한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단조로운 일상에 허덕이는 것 같다고 해서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단순한 비관으로 삶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게 별거 아닌 것인 만큼 살아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고 멋진 투쟁이니까요.
새삼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감사히도 살면서 그런 기회가 더욱 주어진다면 그런 순간들을 보다 충만히 만끽하기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