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8
오랜만에 1년 전 영상을 봤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말이 빠른 걸까요? ㅋㅋ 그 당시에는 말이 빠르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영상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다 보니 참 말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 빠른 건 심리 상담을 받을 때도 꽤 많이 나왔던 주제였어요. 평소 생각도 느끼는 감정도 많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이미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서 말을 빠르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물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저라는 사람이 가진 조급함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동안은 조급함과 빠름의 경계에 있는 모습이 제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빠른 말이 누군가와 친해질 때 꽤나 효과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20대의 절반에서 통통 튀는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들과의 어색함을 푸는데 제 빠른 말투와 텐션이 일조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딱히 말을 느리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결정적으로 스스로의 말이 빠르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오니 말을 조금 천천히 하는 것이, 사람 자체가 조금 차분해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을 빠르게 하면 본능적으로 사람이 다소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상대가 받아들이기 쉽도록 제 생각을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꽤 많습니다. 말하기 대회에서도 스스로의 말이 너무 빨라 사람들에게 또렷이 전달되지 않았었죠. 평소 일상에서의 대화라면 그저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일들이 점점 많아질 것을 생각한다면 여러모로 스스로가 차분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스스로의 매력을 잃는 것 같다는 불안함도 있고, 억지로 제 자신을 차분하게 바꾸려고 강제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싶던 매력은 빠른 말이 아니라 깊이 있는 진중함이었습니다. 늘 무거운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도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진중함 말이에요. 그래서 그동안 제가 보여주고 싶던 모습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습니다. 말을 빠르게 하면 진중해 보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에 와서야 말을 빠르게 하는 것과 진중하면서도 즐겁게 대화를 풀어 나가는 것이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꽤 오랫동안 가볍고 빠른 행동거지로 살다 보니 이미 충분히 그렇게 살아 보았다는 생각도 들고, 앞서 말한 것처럼 통통 튀는 행동의 단점들도 많이 접해서 이제는 스스로의 변화를 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비단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차분해지라고 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게 내 매력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했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며 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를 점점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깨달음을 과정에는 분명 브런치를 비롯한 여러 기록들이 한몫을 하고 있고요. 차분해져야겠다는 지금의 다짐은 그 색깔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가꾸겠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모습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