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은 경험에서 나온다

2021.03.31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하는 과제이자 연구에는 사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연구실에서 고년차에 속하는 분이신데, 같이 일할 때마다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심지어는 경외심까지도 느낍니다. 우선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논리적인 흐름을 뚜렷하게 가져가시거든요. 토의를 진행하면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문제점들까지도 당신의 의구심이 해소될 때까지 날카롭게 파고드십니다. 그러나 무작정 당신의 논리를 강요하시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논리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짚고 해소하는 것을 위해서 토의에 몰입하시죠.


하지만 논리적인 날카로움이야 대학원에서 많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갖출 수 있는 능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인상 깊은 것은 그 논리가 닿는 지식의 범위와 연구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능숙함입니다. 사실 제 연구분야는 사수님의 연구분야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그럼에도 늘 연구적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질문과 직관을 제시해 주시는 것이 참 놀랍기만 합니다. 더불어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때도 깔끔하고 훌륭하게 진행하십니다. 과제 특성상 다른 연구실 분들과의 미팅이 많은데, 그때마다 논의가 필요한 현안들만을 간략히 정리해서 토의점을 이끌어내고 업무 분배 또한 합리적으로 진행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매 순간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채워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이 되고 있고, 사수님과 토의하고 일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즐겁기까지 합니다. 제 사수님이 아직 학위를 받지는 않으셨지만, 이미 훌륭한 박사의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연구적인 방향에서 논리를 갖추는 것이 많이 부족한 저이기에 사수님의 능력이 더욱 대단해 보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추실 수 있었는지 사수님께 여쭤 보게 되었습니다. 멋쩍은 듯이 대답을 피하시다가, 저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경험이라는 답변을 주셨어요. 당신이 그동안의 긴 학위 과정 동안 시청했던 영상들, 읽었던 논문들, 그리고 수행한 과제들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씀해주시며 말이죠. 더불어 단순히 해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려 노력하셨다고 합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낯선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려는 태도를 유지하셨다고 해요.


결국 재능이나 노력이 아니라 태도와 시간이 중요했던 것입니다.바른 태도를 유지한 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전문성과 문제 해결 능력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이죠.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조급함에 쫓겨 스스로가 내심 지름길과 같은 쉬운 방법을 원했던 거 같습니다. 사수님의 답변 덕분에 전문성을 갖추는 것에 갑작스럽고 빠른 성장은 존재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조금씩 쌓여가는 경험의 결과만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학위 과정으로써 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저는 공학 연구를 제 전문성의 전부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당장 큰 것은 제가 사수님처럼 논리적인 토의를 크게 즐기거나 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와 관련된 문제 상황만을 접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는 아니더라도 사수님처럼 단단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답을 찾아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학위를 마칠 때까지 답이 나올까 싶긴 하네요. 저는 어떤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것일까요? 그리고 그 분야에서 여러 문제 상황을 접하고 배워나가 충분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저의 다음 환경은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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