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누구나 조금씩은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스스로가 죽도록 미웠던, 나아가 혐오스럽기까지 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세네 번 정도의 크게 자존감이 떨어지며 스스로를 혐오했던 기간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혐오의 감정까지 불러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일상에서 자존감이 위협받는 경우는 꽤나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학원에 있다 보니 학업적 연구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거의 안 하지만, 종종 들어가 보면 다른 사람들의 즐거운 순간과 현재 제 상황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고 흐름이나 행위들이 제 자존감을 항상 까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음에도, 때때로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순간들을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순간들에는 제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으로만 느껴집니다. 저에게도 분명 장점이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순간에는 보이질 않아요. 장점인 건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빛나 보이지 않는달까요?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를 한없이 깎아내리다 보면, 그리고 다행히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가려 애를 쓰다 보면 웬만한 것들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게 지겨워진달까요? 어차피 제 자신은 평생을 같이 가야 하는 존재이니 그냥 그 단점마저 한숨 쉬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사이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혐오해봤자 남는 건 피곤한 뿐이라는 걸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가 단단해졌다고 느낄 때 즈음, 자연스럽게 제 자신에 대해 별 기대감이 없어지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세상 날카롭고 잔인한 감정들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다 보니 제 자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날것의 조각물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꽤 나쁘지 않더라고요. 나름의 자신감도 생기고 말이죠. 혐오라는 아픈 감정으로 깎아내렸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면 충분히 사랑해 줄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위험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앞으로도 제가 스스로를 미워하는 순간을 마주 해야만 한다면 그냥 죽도록 미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제 삶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살아가면서 매 순간 스스로를 사랑하기만 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저는 그게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 그동안의 모든 족적과 경험들이 부정당할 정도의 독한 혐오를 마주하더라도, 기꺼이 끈질기게 살아내겠다는 독기를 스스로가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끝끝내 버텨내어 그 미움과 혐오를 제 자신을 더 선명하게 조각할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힘든 감정이 지나갔을 때, 제 모습 자체를 솔직하고 선명하게 담은 조각물을 보며 스스로를 조금은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