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졸업하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2021.04.16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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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원 이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한껏 많아졌습니다. 드디어 어느 정도 졸업할 수 있는 각이 보여서 그런 건지 대학원 생활이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부쩍 대학원 이후의 진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박사과정으로의 진학은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우선 석사학위를 마무리하고 나서는 회사로 갈 생각입니다.


회사를 가겠다는 결정은 했지만 어떤 회사로 가야 할지는 끝없는 고민의 연속입니다. 저는 일의 형태가 사업이던 취업이든 상관없이 스스로의 커리어가 한 가지로 뚜렷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거든요. 처음에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 또한 그것이고요. 그런데 '연구직으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회사로 취업을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를 썩 못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연구가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또 아니랄까요? 오히려 지겨운 순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다채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가는 게 스스로의 적성에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타트업의 여러 가지 업무들 속에서 문제를 잘 정의하고 해결하는 전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말이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에 가도 이 지루함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휴학을 하고 짧게나마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때 느꼈던 지루함은 무언가 특정분야의 역량이나 지식이 명확히 쌓이지 않고 계속 맴도는 듯한 느낌에서 오는 일종의 싫증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그때 그 지루함에서 지쳐서 대학원에 진학했음에도, 여전히 비슷한, 어쩌면 같은 고민을 현재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냥 뭘 해도 지루해지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는 심플하면서도 복잡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이 양극단의 상충하는 모습이 충돌하는 곳에서만 가능해서 존재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학원이나 스타트업에 비해 다소 호흡이 느린 회사에서 길게 일해본 적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휴학 중에 짧게나마 경험해보았던 대기업과 연구소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쯤 되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진로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요. 더불어 앞서 말했던 커리어가 한 가지로 뚜렷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일종의 허상인 것 같습니다. 커리어가 뚜렷하다는 게 뭘까요? 어느 정도의 뚜렷함을 저는 말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답 없는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니 어쩌면 커리어에서 다양성을 찾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찾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공학과 연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진로를 꾸준히 이어나가되, 삶의 여러 가지 자극을 다른 방면에서 찾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취미를 한다고 하면 하기 싫은 순간에도 억지로 이어 나가야 한다는 큰 압박은 없을 거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면 질리지도 않고 골고루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나 브런치도 돈을 반드시 벌어야 하니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즐겁고 꾸준히는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 보니 제가 일로써 잘하는 것과 즐겁게 하는 행위를 동일시해서 생긴 고민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냥 관심 가는 것들 꽤 깊게 배우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닥치는 대로 다 해 보며 사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의 진로도 어차피 질릴 거면, 그냥 눈 앞에 놓인 선택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택지를 적당히 고민해보고 고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네. 사실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ㅋㅋ 그러니 일단은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마무리해야 할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그 직후의 것들만 우선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는 지금의 고민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만족스러울만한 답이 떠오를 거라는, 꽤나 무모한 소망을 품은 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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