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여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것은 요즘 시대의, 아니 어쩌면 인류의 덕목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무엇인가 일궈내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우리들은 노력하고 성취해 내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랍니다. 실제로 많은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이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기에, 개인적인 만족도도 크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하죠.
하지만 간혹 노력을 통한 성취의 즐거움에 중독된 나머지, 스스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크게 소모하기만 하면서 달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노력 후에 느껴지는 성취는 정말 강력한 자극이니까요. 적법한 과정만 거친다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다 못해 권유받는, 그러면서도 상당히 강렬한 자극이다 보니 그 외의 다른 것들에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렇게 달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크게 만족하며 살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본인이 만족하고 있다면 상관이 없긴 하지만, 정말 그 모습이 스스로가 온전히 만족하는 모습일지는 질문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살아오며 노력과 성취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많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나의 본성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보다는, 사회의 분위기가 주입한 관점이 충분히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존경스러운 대학 동기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충분히 멋지고 훌륭한, 심지어 다양하기까지 한 능력치들을 가진 친구들인데, 대부분의 경우 연구를 통해 단순히 박사라는 더 높은 학위를 좇습니다. 대학원 진학은 저희 학교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지거든요. 물론 그중에는 뛰어난 연구자의 기질을 갖춘 친구도 있지만, 단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과정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노력을 통해 얻을 성취가 절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사실 이 친구들은 어디 가서 밥 벌어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노력하지 않아서, 성취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삶이 불안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뚜렷한 이유를 위해서 연구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사회가 권유하는 성취를 해내고 싶어서 연구를 하고 있는 거죠. 성취에 길들여져 그것이 온전히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게, 실제로 고민을 하면서 지금 해야 하는 일에도 함께 집중하긴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고민할 틈조차 없었을 거예요. 한없이 지친 표정을 짓고 매일 괴롭다고 한탄하면서도 다른 길을 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 끝에 있을 성취를 포기할 수 없어서는 아닐까요.
열심히 사는 것, 많이 성취하는 것 물론 좋습니다. 발전적인 삶을 사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 조절은 삶의 중간중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나의 자아가 최대한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원래 빛나고 있을 내 색깔을 최대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세상이 말해주는 성취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진심으로 원하는 성취의 모습은 가끔씩 그려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