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현대가 유래 없이 풍요로운 시대라고 말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부족하지 않은 다양한 먹거리, 지구 어디든 방문할 수 있는 교통수단, 전 세계를 이어주는 통신, 여러 가지 즐길거리 등등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을 누리며 지내고 있죠.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의 발전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 풍요가 반드시 개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풍요는 언젠가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그보다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일 테니까요. 오히려 지나치게 다양한 자극들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개개인의 혼란과 위태로움을 초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초중고 대학을 나와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던, 각 사람들 주변이 살아가는 모습과 무게감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과거에는 각자의 삶의 대한 의심의 여지가 딱히 없었을 것 같습니다. 경제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였으니 취업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지금과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렇게 각광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착실히 돈을 벌어 집을 사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잘 기르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고, 그렇게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자유나 여러 자극이 없는 무언가 안타까운 삶의 방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불행할 이유가 없어 잔잔하게 행복한 삶을 대부분이 살아가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경제성장이 침체된 요즘 시기에, 전통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던 산업들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새로운 산업들은 변화가 너무나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에서는 모두에게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매력적인 상품들이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광고 같은 경우에도 개인의 생각과 관심사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도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나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삶의 방향이 된 것 같아요. SNS와 유튜브 등에서는 각자의 뚜렷한 색깔로 성공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입니다.
문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다채로워서 한 개인의 상황과 성격에 맞게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너무나도 많은 정보와 자극들이 쏟아지고 있고, 심지어 그것들이 허상인지 진실인지도 구분이 어려운 시대이다 보니, 수많은 우상들을 바라보며 되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과 행복에 대해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염없이 휩쓸리고 소비되기 쉬운 시대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누리고 경험하면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이 과거에 비해 보다 다양한 형태로 준비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들을 선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왠지 현대 사회의 풍요가 행복의 기준을 높여 버린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않은 상황과 감정들을 당연하게끔 느껴야지 그 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상품들을 소비하게끔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사람은 하루 세끼 배부르게 먹고, 편히 누워 잠 잘 곳이 있으며, 자신의 생산성과 필요를 느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