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문화 속 놀라운 아름다움을 찬찬히 읽어나가다

<이슬람 미술-찬란한 빛의 여정>을 읽고

by Jino

<이슬람 미술-찬란한 빛의 여정>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에서 열리는 같은 이름의 전시를 담은 일종의 도록 책이다. 언젠가부터 관심이 있는 전시-특히 세계 문화에 대한 경우라면 더더욱-는 꼼꼼히 보고 관련 책까지 봐야 제대로 알게 되는 느낌이 들어서 루틴으로 삼고 있다.


이슬람 미술에 관해서라면 지난해에도 개인적으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책만으로도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이 많았는데 책만 보는 것으로는 뭔가 큰 아쉬움이 남았다. 읽어도 확 와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더욱 반가운 전시였다. 책을 읽어도 뿌연 부분을 더 선명하게 해 주길 바라며 전시를 꼼꼼히 보고 또 책을 읽었다. (사진은 전시에서 촬영한 것들로 올린다.)


이번 전시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의 협업으로 이뤄진 것이다. 2008년에 설립된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은 7세기 쿠란 필사본부터 정교한 19세기 삽화본에 이르는 83점의 예술품을 가져왔다.


공동체인 움마(umma)를 만들고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라고 알려진 다섯 가지 종교적 의무-신앙 고백인 샤하다(shahada), 의례적 기도 생활인 살랏(salat), 기부 행위인 자캇(jakat), 단식인 사움(sawm), 메카로의 성지 순례인 하즈(haji)-를 실천하며 공동체적 신앙심을 공유하는 무슬림에게 미술은 종교 생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시 전반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서예다. 이슬람 문화에서 서예가 단순한 문자 기록을 넘어선 최고 수준의 예술적 표현 양식이며 다양한 쿠란 필사본과 봉헌서는 ‘성스러움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신성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쿠란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23년간 아랍어로 전달한 내용으로 ‘암송’이란 뜻이다. 이슬람의 기본 원칙이 담긴 것으로 이슬람에서 쿠란이 강조된 것은 아랍어의 발전과 이슬람의 확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632년 예언자 무하마드가 세상을 떠난 뒤 갓 태동한 무슬림 공동체는 성스러운 경전을 하나로 통일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고 칼리프 우스만 이븐 아판(( Uthman ibn Affan, 재위 644-656)이 쿠란 표준화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무샤프(mushaf)’라 불리는 쿠란의 대표 문헌이 편찬되었고, 빠르게 확장해 가던 이슬람 제국의 중요 행정 중심지에 배포되었다. 쿠란 필사본은 압바스 왕조에 들어서 세로보다 가로가 긴 형태로 만들어졌고 서체로는 쿠파체가 독특한 시각적 리듬을 부여했고 이는 이슬람 서예에 신성함을 담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의 제지술이 이슬람 세계에 전해지면서 쿠란 필사본은 대량 공급이 가능해졌다. 10세기에서 13세기를 거치며 고전적인 서체들이 정립되었다. 특히 나스크체와 무하카크체는 의례용 필사본에 자주 사용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만들어진 가장 거대한 쿠란 필사본을 여겨지는 ‘바이순구르 쿠란’의 일부. 이같은 크기로 쿠란 필사본을 만들려면 1,600장 분량에 2,700제곱미터에 이르는 종이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도서 <딜라일 알-카이라트(선행의 증거)> 필사본. 15세기에 모로코의 수피 학자 무함마드 알-자줄리(Muhammad al-Jazuli, 1404~1465)가 엮은 책으로 메디나에 있는 예언자의 모스크를 방문할 때 읽기 위해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기도와 축복의 글을 모은 것. 오스만 제국 시대에 필사됐으며 이슬람 세계 전역에서 인기를 얻었다.


<창조의 경이로움과 존재의 기이함> 필사본 삽화. 맘루크 왕조 13세기말. 시리아. 종이에 잉크, 색, 금.

자카리야 이븐 무함마드 알-카즈위니(Zakariya ibn Muammad al-Qazwni, 1203~1283)의 우주지리 백과서 <창조의 경이로움과 존재의 기이함>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의 필사본. 알-카즈위니는 명성 높았던 지리학자이자 자연사학자. 아리스토테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 디오스코리데스의 저술, 쿠란 등 100여 종의 자료를 인용해 우주와 별, 자연, 신화 속 생물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중 샴사 장식. 사파비 제구 1576~1577년경. 이란 카즈빈. 종이에 잉크, 색, 금.

이 화려한 샴사 장식은 사파비 제국의 이스마일 2세(Ismail 2, 재위 1576~1577)가 주문한 피르다우시(Firdausi)의 <샤나메> 왕실 필사본 중 일부. 이슬람 왕실 필사본은 이렇게나 화려한 권두화들이 등장한다. 당대의 저명한 예술가들이 책을 꾸미는 데 진심이었다. 꽃무늬 가운데는 군주를 차양하는 글을 넣었다. 커다란 금빛의 꽃 모양 장식을 샴사라고 하는데 ‘작은 태양’이란 뜻이다.


<샤나메(왕들의 책)>필사본 삽화. 동물 우화집을 바치는 부르주이 투란 왕의 대관식. 사파비 제국 1525~1540년 경. 이란 타브리즈. 종이에 잉크, 색, 금.


페르시아 최고의 필사본으로 꼽히는 타흐마스프 1세의 <샤나메>에 실렸던 삽화. 1540년경 완성된 이 필사본은 1568년 오스만 술탄 셀림 2세(Sultan Selim 2, 재위 1566~1574)에게 외교 선물로 증정되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전해지는 이 필사본은 페르시아 예술을 대표하는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서예가 있는 장식판. 오스만 제국 16세기 후반. 튀르키예 이스탄불 추정. 종이에 잉크, 금. 16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유행해 19세기까지 이어진 데쿠파주(decoupage, 종이 오려 붙이기) 기법이 사용되었고 “나는 알라께 의지한다(Tawakkaltu 'ala Allah)"라는 내용의 쿠란 구절을 넣었다. 황갈색 바탕 위에 검은색 종이를 오려 붙이고 굵은 탈리크(Taliq)체로 표현했다. 글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장식하다니.


자미의 시 모음집 <디완>. 사파비 제국 1563~1564년. 이란 시라즈. 종이에 잉크, 색, 금.

티무르 제국 시기의 저명한 페르시아인 시인이자 신비주의 사상가인 누르 알-딘 압드 알-라흐만 자미(Nur al-Din Abd al-Rahman Jami. 1414~1492)의 시선집 <디완>의 필사본. 사파비 제국 시기에 필사본 제작을 주도한 서예가 샤 무함마드 알-카팁 알-시라지(Shah Muhammad al-Katib al-Shirazi)가 완성. 440장의 필사본은 금으로 장식한 종이에 검은 잉크로 글씨를 썼고 여백 장식도 섬세하게 장식돼 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 이슬람 미술에는 이 기도와 관련된 작품들도 많다. 석판이나 카펫 등이 그러한 예인데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벽감으로 미흐랍이 있다.

미흐랍 석판. 일한국 14세기 초. 이란. 대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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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세계인형박물관(www.worlddoll.net) 학예사 / <인형의 시간들(바다 출판사 발행)> 저자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발행)>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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